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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윤식당’의 행복 찾기 … 일상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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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앞의 대화, 장작 타는 소리

‘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감 끌어내

예능이 삶의 방식 보여주는 시대

사랑방 같은 정겨운 분위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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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 2’를 운영하고 있는 이효리와 새로운 직원 윤아. 한겨울을 맞은 민박집에서는 손님들을 위해 노천탕을 운영하고 몽골식 야외 천막인 게르 같은 시설도 새로 마련됐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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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효리네 민박’이 시즌 2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촬영한 시즌1과 달리 추운 겨울이 배경인데도 반응은 한층 뜨겁다. 4일 첫 방송부터 시즌 1 첫회를 크게 앞질러 시청률 8%(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달 8일부터 열흘간 모집한 민박 투숙객 신청은 21만 건이 넘었다. 지난 시즌(2만 건)보다 10배 넘는 사람들이 효리네 머물며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시간을 보내길 원한 것이다. 이제는 제주도에 사는 유명 가수의 집을 보고 싶은 마음을 넘어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프로그램 자체도 제주도 풍광보다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민박객은 궂은 날씨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방송도 몽골식 텐트인 게르나 실내에 설치된 벽난로 앞에 모여앉아 대화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민박에선 ‘잘 먹이고 잘 재우기’를 새 모토로 삼고 이른 아침 요가 수업이나 채식 권장 대신 삼계탕 같은 보양식마저 준비한다. 정효민 PD는 “계절이 바뀌면 사람의 행동도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정원에 마련된 노천탕 등을 보며 시즌 2를 하면 겨울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저속 촬영 후 빨리 돌려서 보여주는 타임랩스 기법과 우박 떨어지는 소리 등 사운드를 통해 날씨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여 이들의 일상은 더욱 별일 없이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차를 마시고, 날이 좋으면 귤을 따러 나가고, 흐리면 스케치북을 펴고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더 빨리, 더 많이 보는 것과 거리가 멀다. ‘장작불이 탁탁 타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덴마크식 휘게(Hygge) 라이프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급한 대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처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小確幸)과 맞닿아 있다. 새로운 직원 윤아가 민박집 아침 준비용으로 들고 온 와플 제조기는 방송 직후 완판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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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 김민정, 성시경이 직원이 되어 숙박객을 맞는 ‘달팽이 호텔’. [사진 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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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은 올 한 해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18』이 언급한 내용 중 가장 즉각적 반응을 얻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해 욜로 열풍이 멋진 곳으로 떠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행위로 대표된다면, 소확행은 그 여행을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더 중요한 ‘원마일 이코노미(주변 1.6㎞ 안에 모든걸 배치해 둔다는 뜻)’에 가깝다”며 “여행이 더 이상 도피가 아닌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여행은 일상처럼, 일상은 여행처럼 살고 싶은 욕구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는 거듭 케이블 예능 최고 시청률(16%)을 경신하고 있는 tvN ‘윤식당 2’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로 찾았던 인도네시아 길리트라왕안의 1호점과 달리 스페인 남부 가라치코 마을의 2호점은 어느덧 동네 주민이 주고객이 됐다. 동네 꽃집 주인부터 시장까지, 저마다 친구 추천을 받고 온 손님들 덕에 메인 셰프 윤여정은 홀에도 자주 등장한다. 급기야 지난 회는 경쟁 식당 직원들이 단체로 회식을 왔다. ‘관계 맺기’가 보다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윤식당 2’의 김대주 작가는 “사실 가라치코는 마을이 너무 작고 관광지 같은 느낌이 없어서 답사 초반 그냥 지나쳤던 곳이다. 하지만 테네리페 섬을 돌면서 네 번이나 다시 되돌아왔다. 그 사이 서로 알아보고 인사하면서 작은 마을이 가진 장점에 끌려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주 PD는 “풍경도 멋지지만 가장 아름다운 건 아침을 여는 동네 사람들이나 거리 곳곳에서 만나면 서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었다”며 “시즌 1에서 식당 운영 부분이 중점적으로 담겼다면 이번에는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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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만에 케이블 예능 시청률 신기록을 세운 ‘윤식당 2’.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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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의 국내 시청자들이 짧고 굵게 일하되 느긋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며 판타지를 충족한다면 현지 윤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태어나 처음 접한 한식을, 어떻게 먹는지도 모를 비빔밥을 먹으며 지구 반대편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는 셈이다. 나영석 PD는 “후반부로 갈수록 주민들과 너무 친해져서 아무 때나 들려 수다 떨고 가는 사랑방처럼 변해갔다”며 “덕분에 스페인어 번역만 한 회 분량에 한 달씩 걸리는 등 번역가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적인 삶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태될 수도 있다. 라이프 스타일 전문 채널을 표방한 올리브는 연예인 집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초대하는 ‘서울메이트’, 연예인 게스트를 호텔로 초대하는 ‘달팽이 호텔’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지만 차별화가 두드러지 않는다. 두 프로를 기획한 박상혁 PD는 “의식주 중 주에 가장 관심이 많다. 유사 가족으로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통해 문화적 충돌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메이트’ 연예인 호스트 중 김숙을 제외하면 왜 김준호나 이기우의 집이어야 하는지는 뚜렷하지 않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남자는 ‘GQ’, 여자는 ‘보그’ 같은 잡지로 대표되는 삶의 지향점을 이제는 예능으로 소비하게 된 시대”라며 “동경하거나 닮고 싶은 부분이 없다면 프로그램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모두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때 ‘효리네 민박’이 다도를 보여준 것처럼, 새로운 문화적 취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먼저 나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나 야외판 ‘힐링캠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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