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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드론쇼는 ‘반도체의 인텔 잊어라’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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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올림픽에 나타난 까닭

드론 사업 엄청난 가능성 알아채

3년 전부터 중국·독일업체 인수

환상적 오륜쇼로 기술 전 세계 과시

스포츠 중계 VR 서비스에도 투자

포화 상태 PC시장 이후에 대비

“5G기술 선점” 종합 IT기업 변신 중

인텔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인텔 인사이드’를 벗어나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에서 드론·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이제 PC용 반도체 기업이 아닌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1218대의 드론이 하늘을 누비다가 오륜기 모양으로 대열을 맞추는 장면이 연출됐다. 세계인의 눈을 깜짝 놀라게 한 명장면으로 꼽힌 이 드론쇼에는 인텔의 ‘클라우드 드론 비행 기술’이 적용됐다. 드론의 위치를 상하좌우 ㎝ 단위로 파악해 알려주는 위치측정 기술과 드론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기술 등이 총동원됐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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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텔은 2014년부터 다수의 드론을 군집 비행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5년에는 중국 드론 제조사 유닉에 6000만 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했고, 2016년에는 자동 파일럿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인 독일 어센딩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인텔이 반도체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드론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여기서 파생되는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클라우드 비행 기술은 산불 같은 재난 대응과 작물 모니터링 등 농업 현장, 건설관리 및 지도제작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드론의 쓰임새도 배송·촬영·방범·구조·측량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GPS와 센서를 이용해 정확한 좌표를 따라 움직이고, 수많은 드론을 동시에 제어하는 기술은 자율주행차량과 관제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최근 몇 년 새 드론 사업을 강화하는 행보에 대해 드론 하드웨어 제조가 아닌 컴퓨팅 솔루션을 위한 투자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이 많아지면 이를 제어·운용하는 컴퓨팅 솔루션이 필수적”이라며 “경쟁사보다 먼저 관련 생태계를 구축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으로 읽힌다”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주목받은 인텔의 또 다른 기술은 VR을 활용한 각종 스포츠 경기의 ‘VR 실황 중계’다. 인텔이 자체 개발한 전용 카메라는 전방 180도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으며, 이런 카메라를 경기장 곳곳에 설치해 다양한 시점에서 경기 실황을 화면에 담아낸다. 덕분에 시청자는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경기장의 가장 앞 좌석에서 보는 것처럼 경기를 관람하거나 운동선수 시각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 식이다.

인텔은 자체 TV 서비스를 준비하고, VR 전문기업 보크를 인수하는 등 방송·콘텐트 분야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왔다. 인텔은 2019년부터 360도 VR 방송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주요 방송사와 협력 중이다. 제임스 카와나 인텔 스포츠 그룹 부사장은 “시청자에게 맞춤화한 이런 스포츠 경기 시청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이 드론·VR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우선 성숙기에 접어든 PC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5세대통신(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5G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인프라로 4차산업 혁명을 이끌 핵심기술로 꼽힌다.

인텔은 5G 구현을 위한 모뎀 칩셋, 서버용 프로세서 등을 만든다. 결국 VR기기·드론·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연결된 수많은 기기에 인텔이 개발한 칩셋과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담아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초 5G 기술을 선보이는 평창 겨울올림픽은 인텔의 이런 큰 그림을 미리 그려보기 위한 최적의 무대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에 외국 기업이 주인공이 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간 규제에 발목 잡혀 있다 보니 기술 수준을 올리고 시장을 키울 기회를 놓쳤다는 자성도 나온다. 드론은 비행금지구역 등의 제한이 많고 VR은 대부분 국내 게임물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적어도 4차산업혁명 분야로 분류되는 산업에서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를 과감히 풀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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