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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계 빚’ 위험 키우는 지점장 전결 개인사업자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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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6개은행 운전자금대출 작년말 기준 92조5000억 달해 / 부동산업·임대업이 21%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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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40)씨는 2016년 말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은행에서 5000만원을 빌렸다. 은행 지점장이 병원으로 찾아와 대출을 권유했다. 마침 전세자금이 부족했던 A씨는 대출받은 돈을 보태서 이사를 갔다. 그는 “가계대출과 다르게 체납 여부 정도만 증명하고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13일 세계일보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그래픽 참고)에서 집행된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지점장 전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2조49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288조8750억원)의 32.02%에 달한다. 지점장 전결로 나간 운전자금 대출은 제조업에서 24.40%가 집행됐고 △도매 및 소매업(23.99%) △부동산업 및 임대업(20.71%) △숙박 및 음식점업(10.48%)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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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점장 전결로 나간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은 자금용도를 명확히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해 가계부채를 옥죄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서 주택 구입 또는 전세 자금으로 자유롭게 전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간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조치가 시행된 이후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생겨났는데 지점장 전결로 나간 운전자금 대출이 풍선 효과를 키운 주요인으로 확인된 것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크게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대출로 구분된다. 시설자금 대출은 공장과 점포 등의 기계설비를 들여놓을 때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차주가 대출을 신청 시 주로 해당 설비 판매자에 돈이 입금돼 자금 유용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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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운전자금 대출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운전자금 대출은 직원 급여 등 공장과 가게 영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A은행 관계자는 “운전자금 대출은 대출 금액 등을 기준으로 본부승인을 받는 경우와 지점장 전결로 나가는 경우로 구분된다”며 “전자는 금액이 커 자금계획서 등 증빙서류가 필요하지만 지점장 전결의 경우 구두로만 물어볼 뿐 사후에 대출목적에 맞게 돈을 썼는지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통상 신용대출은 5000만원, 담보대출은 2억원 이하의 경우 지점장 전결로 운전자금 대출이 집행된다.

은행으로서는 지점장 전결로 나간 운전자금 대출 용도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규모가 크지 않고 용도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B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전결로 나간 개인사업자 대출 용도를 사후에 확인할 경우 일선 영업점 업무가 과다해진다”며 “은행 차원에서 창구에 대출승인 시 용도 확인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공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자금용도가 불분명한 운전자금 대출의 경우, 가계 연체율을 키울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들의 지점장 전결로 나간 운전자금 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0.35%로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0.29%)보다 높다. 같은 기간 시설자금 대출의 연체율은 0.17%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운전자금 대출처럼 자금용도 확인이 안 됐을 경우 부동산시장 하락 등의 상황이 왔을 때 (연체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분명하게 자금 용도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 의원은 “운전자금 대출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생계와 연관됐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며 “다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이 이뤄지도록 명확하게 자금 용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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