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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박이 한국지엠·르노삼성, 위기 땐 "너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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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공장폐쇄 발표날 르노삼성 청사진 제시

르노삼성 3년째 무분규, 한국지엠은 줄파업

뉴스1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사진 왼쪽)과 13일 신년 간담회를 가지고 판매목표 등을 발표하고 있는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이달초 메리 바라 GM회장이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지엠(GM) 구조조정을 언급한 뒤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됐다(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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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비슷한 역사를 걸어온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이 위기 국면에서 서로 다른 카드를 선택하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일 한국지엠이 사업구조조정을 이유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날 르노삼성의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내수 포함 27만대의 판매목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초 목표로 잡았던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신형 전기차 도입 계획 등 르노삼성의 중·장기 성장방안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날 시뇨라 사장은 한국에서 차량을 계속 생산·판매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경쟁사인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된 말은 아꼈지만 국내사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비슷한 길 걸어온 르노삼성·한국지엠, 2000년대 매각부침

지난해 내수 포함 글로벌 판매 27만6808대를 기록한 르노삼성은 한국지엠(52만4547대)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국계 완성차 브랜드다.

각각 르노와 GM에 매각된 전례가 있는 두 회사는 탄생에서 성장까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옛 삼성자동차는 삼성그룹이 1993년 자동차사업을 주력사업으로 발표하며 이듬해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판매부진과 외환위기(IMF) 여파로 삼성에서 더 이상 경영이 어려워지자 삼성자동차는 2000년 4월20일 프랑스 르노자동차에게 팔렸다. 같은달 27일 르노삼성차로 법인명이 바뀌기 전까지 옛 삼성차가 안고 있던 부채만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될 정도였다.

대우차가 전신인 한국지엠도 르노삼성처럼 굴곡진 시간을 보냈다. 1998년 외환위기를 버티지 못한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옛 대우차는 대주주인 산업은행 관리 아래서 부침을 겪어야했다.

몇 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았던 대우차는 2003년 GM에 인수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1년 GM대우에서 한국지엠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 회사는 쉐보레 브랜드를 출시하며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글로벌 판매실적 3위를 지켜왔다.

◇ 위기상황 극복 카드는 정반대, 르노삼성 자구노력으로 경영난 극복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국내 대표 외국계 완성차 브랜드로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위기 상황에서 꺼내든 선택지는 전혀 달랐다.

경영난을 먼저 맞았던 곳은 르노삼성이다. 2011년 글로벌 경기침체 및 국내경기 둔화로 르노삼성은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휘청거렸다. 일본산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았는데 슈퍼 엔고 현상에 따른 환차손까지 겹치며 당시 르노삼성은 21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르노 본사는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2011년 프랑수아 프로보 대표를 한국법인의 사령탑으로 긴급 파견했다. 프로보 대표와 르노삼성은 르노 본사로부터 SM5 플래티넘(2012.11), SM5 TCE(2013.06), SM3 Z.E.(2013.11), QM3(2013.12) 등 볼륨모델의 신차 출시 및 생산권을 받아오며 중·장기 성장발판 마련에 성공했다.

또 2014년 하반기에는 북미수출용 닛산 로그(Rogue) 후속모델의 생산까지 배정받으며 부산공장 생산성 및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연간 8만대 규모의 닛산 로그 생산에 돌입한 부산공장은 지난 2016년 하버리포트 평가에서 세계 148개 공장 중 생산성 8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르노삼성은 신차 판매로 거둔 이익 중 매년 700억원가량을 부산공장 시설 투자에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르노삼성은 2013년부터 흑자전환(170억원)에 성공했다.

이 기간 동안 르노 본사와 르노삼성은 우리나라 정부에 자금지원을 별도 요청하지 않고 자구노력만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뒤 일자리를 볼모로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GM 행보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 노조행보도 엇갈려, 르노삼성 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

경영위기에 대처하는 노조 움직임에도 두 회사간 차이점이 발견된다.

물론 한국지엠의 경영난은 GM 본사의 경영 패착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14년 GM이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철수를 결정하며 한국지엠의 부담이 가중됐다. 유럽 공급물량 중 90%는 한국지엠이 생산해왔는데 GM의 철수 결정으로 수출 물량이 20만대가량 빠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유럽에서 경쟁력 있는 라인업 구축에 실패한 GM본사의 경영패착이 시장 철수 결정으로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부담이 한국지엠으로 전가되며 위기가 심화됐다. 르노삼성 역시 2011년 글로벌 경기침체와 슈퍼 엔고 현상, 회사 매각설 등 불가항력적인 변수로 경영난을 겪었다.

이처럼 두 회사 경영위기는 나름의 이유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대하는 노조 움직임에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르노삼성의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가 노조가 임금 동결에 합의하며 회사 살리기에 협조했다.

반면 한국지엠은 지난 4년간 누적적자만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도 매해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에 애를 먹어왔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해 임금 협상을 위해 25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섯 차례 파업도 벌어졌다.

이날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상호 협력하는 좋은 노사관계가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르노삼성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파업 없이 3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군산공장 2000여명에서 1인당 2억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는 잦은 파업에 대한 피로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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