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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으로 불거진 스포츠 선수의 ‘국적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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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창올림픽 선수 178명, 모국이 아닌 나라 대표해 출전

‘민족적 뿌리’ ‘문화적 바탕’ ‘올림픽 출전 꿈’ 위해 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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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1위를 한 클로이 김.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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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클로이 김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자 한·미 양국이 난리가 났다. 이날 오전까지 1만 5000명에 불과하던 클로이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불과 몇 시간 만에 14만명을 넘어섰다.

팔로워들을 살펴보면, 영문은 물론 한글 계정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프파이프 백투백 1080도(연속 공중 3회전)에 성공한 유일한 여성 선수이자, 15살에 스노보드의 전설 켈리 클라크를 꺾은 ‘천재’ 클로이 김은 미국의 국가대표다. 덩달아 한국에서도 난리가 난 이유는 그의 부모가 모두 한국 핏줄이기 때문이다.

클로이의 아버지 ‘김종진’ 씨는 198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갔고, 최저시급을 받아가며 돈을 모아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김씨는 역시 한국 출신인 윤보라 씨와 결혼했고, 2000년 클로이를 낳았다. 딸에게 4살 때부터 스노보드를 가르친 아빠는 클로이의 첫 감독이기도 하다. 김씨는 13일 클로이가 금메달을 따기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애가 용띠라 ‘오늘은 네가 천 년의 기다림 끝에 이무기에서 용이 되는 날’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영락없는 한국 사람의 말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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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씨(왼편)와 클로이 김. 유튜브/Visit California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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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의 정체성은 미국 언론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클로이는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 그는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는 “제가 어떤 면에서는 두 나라 모두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얼굴은 한국 사람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당황스러운 경험도 많았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이 저한테 ‘어디서 왔냐’고 자꾸 물어봐요. 로스앤젤레스라고 대답하면 ‘아니, 진짜 어디서 왔냐고’라고 물어봐요. 롱비치에서 태어났다고 하면 ‘아니 진짜 진짜 진짜 어디서 왔냐고’ 또 물어봐요”라고 밝혔다. 클로이는 자신이 “분명히 미국 사람”이라며 “정확하게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정의한다.

클로이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임에도 미국은 그의 ‘정체성’을 묻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점점 더 많은 나라가 미약한 연결점만 있어도 국외의 선수를 귀화시키려고 하는 상황이라 올림픽에서는 항상 정체성을 궁금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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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선수가 가장 많이 출전한 국가. 캡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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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엔엔스포츠>의 보도를 보면, 귀화의 이유와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국제 이동성 시장조사회사 캡릴로(CapRelo)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전체 선수의 6%인 178명의 선수가 모국이 아닌 나라를 대표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귀화 선수를 선출한 국가는 한국이다. 캡릴로는 한국이 18명, 캐나다가 13명, 독일이 11명으로 각각 1~3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실제 확인 결과, 한국으로 귀화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총 19명으로 캡릴로의 조사보다 1명이 더 많다.)

한편, 가장 많은 선수를 국외로 보낸 국가는 미국이다. 모두 37명의 선수가 미국에서 타국으로 국적을 바꿔 출전했다. 미국인이었던 37명 선수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캐나다가 6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한국(4명)이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마이크 테스트위드, 여자 아이스하키의 랜디 그리핀, 아이스댄싱 듀오인 알렉산더 겜린과 민유라 등이다. 특히 캡릴로는 한국의 남자 아이스하키팀 가운데 7명이 국외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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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릴로가 블로그에 게재한 한국팀의 북미 출신 선수들. 캡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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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에는 ‘민족적 뿌리’나 ‘문화적 바탕’을 찾기 위해 귀화한 선수들이 흔하다. 나이지리아 스켈레톤 선수 시미델레 아데아그보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또, 나이지리아의 여자 봅슬레이팀 선수 세 명 전원은 미국 출신이다. 그러나 <시엔엔 스포츠>의 보도를 보면, 이들은 모두 나이지리아인이 되어 뿌리를 찾은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뿌리를 찾다 보니 함께 자란 자매가 다른 국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특이한 경우도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박윤정(귀화 전 이름 ‘마리사 브랜트’)은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공격수 한나 브랜트의 언니다. 둘의 피부색이 다른 데는 이유가 있다. 연합뉴스를 보면, 박윤정은 1992년 한국에서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됐다. 동생 한나는 “언니가 처음 (귀화를) 제의받았을 때 약간은 주저했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지만 나는 그때 언니가 (귀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언니가 해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예선에서 조가 갈린 한국과 미국이 본선에서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만약 만나게 된다면 한·미 양국은 이 드라마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이 국적을 바꾸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올림픽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한국 언론이 ‘기적의 질주’라며 추켜세우고 있는 에일린 프리쉐는 한국과 독일에서 주목을 받았다.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그는 2016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독일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주니어 시절 루지 종목 세계 선수권 2관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녀는 성인이 되어 독일의 국가대표 선발에서 탈락하자, 한국을 찾았다. 대한루지연맹의 섭외가 있었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안나 프롤리나와 티모페이 랍신도 비슷한 경우다.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안현수는 2017년 티비엔(tvN)의 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내가 설 곳이 없었다. 부상으로 국내 대회에서도 성적이 저조했다. 왼쪽 무릎 골절 수술을 4번이나 했다. 시청 팀 해체 뒤 날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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