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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칼럼] 평창 칼바람 속의 남북한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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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北 회담 제의 '베를린 구상' 연장선

외통수 아닌 제재·대화 병행 통한

단계적 비핵화 국민 공감대 형성

美·日·中 국제공조에도 정성을

서울경제


칼바람 속에 치러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끝나면 절기상으로는 완연한 봄이 될 것이다.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따스한 봄이 될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얼어붙은 강산만은 녹여질 것이다. 훈훈한 봄바람을 고대하는 것도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핵 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미약하나마 ‘온기’가 전해지고 있다. 계절 변화와 더불어 이 온기가 훈풍을 일으키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대화의 불씨를 잘 살려 한반도를 핵전쟁의 위협에서 구출하고 비핵화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 민족끼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적인 과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북측의 ‘미소’를 작전으로 ‘대화’를 위장된 전술로 경계하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뿌리치는 것은 항상 대화의 장을 열어둔 우리 자신에 대한 부정이다.

실제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북한 핵 위기를 대화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 입장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국제공조의 흐름 속에서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국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제재든 대화든 외통수로는 문제 해결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제재는 제재대로 하되 대화를 ‘구걸’한다거나 유약하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도 남북대화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고 있었기에 평창에 온기가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 정부 초기 공포된 ‘베를린 구상’을 상기하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구태여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를 ‘파격’이나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일각의 시각이 온당치 않다는 지적을 해두고자 함이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이 이른바 ‘유리한 고지(commanding height)’를 선점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열어둔 대화의 문으로 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놀라거나 두려워할 사안이 아니다. 반색해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찜찜해 미적거리는 것 역시 온당치 않다. 이제부터야말로 감상을 버리고 냉철한 이성으로 과정 관리를 해나가야 할 엄중한 국면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난날의 경험을 상기해 다시 외통수가 아니라 ‘제재와 대화’라는 우리의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당장 제재를 철회하고 대화 외통수로 나아갈 수도 없고 그럴 것이라고도 보지는 않지만 자칫 잘못하면 대화 ‘분위기’의 공세나 감상에 젖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구상에 이어 거듭 강조해온 대로 ‘비핵화’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장의 제재에서 벗어나려는 북한의 의도를 넘어서 핵 위협으로부터의 ‘해방’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인 만큼 국제적 공조는 필수적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과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비핵화의 목표를 공유하고 제재에 동참해온 만큼 대화를 통한 해결 시도에 대놓고 반대할 나라는 없을 것이지만 과정 하나하나에 협력을 구하는 데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다. 당장 평창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은 예정대로 하되 규모 등의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력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공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물론 각국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공조는 필요하고 가능하며 국제공조의 틀을 벗어나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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