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서안지구 정착촌' 두고 이스라엘 "미국과 불협화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푸틴에 중재 요청"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행정구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를 이스라엘 영토로 확장하려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례적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은 “미국과 협력할 수 없다”며 러시아에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다.

12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극우 정치가 나프탈리 베네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서안지구 내 최대 규모의 유대인 정착촌 ‘말레 아두밈’을 이스라엘 영토로 공식 합병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자국민을 팔레스타인 땅에 이주시켜 건설한 유대인 거주지역이다.

조선일보

요르단강 서안지구./조선일보DB


이러한 ‘서안지구 정착촌 합병 법안’은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이스라엘 우파 진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율해 법안을 통과시킬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법안의 통과 후 국제사회에서 쏟아질 비난을 미국이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집권 리쿠르당 소속 의원들에게 “서안지구 정착촌 합병 법안과 관련해 미국과 전부터 논의해왔다”며 미국과 조율을 통해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조시 라펠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서안지구 합병 계획을 논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미국 측의 반박에 이스라엘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 구체적인 서안지구 합병 계획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제기된 사안을 미국에 알렸고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계획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며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또다시 “서안지구 합병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견 불일치는 전날부터 시작됐다. 트럼프는 11일 이스라엘 매체 ‘하욤’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평화를 정착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립 행태에 우려를 제기하며 “정착촌 건립은 평화 협상에 언제나 걸림돌이 되어 왔고,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며 “이스라엘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스라엘 정당 지도자들은 유대인 정착촌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 상황을 고려하고, 미국을 달래기 위한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요르단강 서안지구 모습.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2일(현지 시각) “서안지구 정착촌 합병 법안과 관련해 미국과 조율하겠다”고 발언했으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알자지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팔레스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을 평화 협상의 중재자로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압바스는 “미국과 어떤 형태든 협력하기를 거부한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단독 중재자가 아닌 중재자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압바스가 푸틴에게 평화협상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푸틴은 “항상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지하고 있다”며 “오해를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기 위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고 전했다.

압바스 수반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연설을 한 직후 “미국은 더 이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상의 중재자가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미국 정부와의 접촉을 전면적으로 끊었다.

[배정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