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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블록체인 기술, 은행 간 자금이체에 테스트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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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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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원장 기술을 한국은행이 은행 간 자금이체에 적용시켜 보니 보안과 네트워크 확장에 뛰어난 반면 현행 시스템에 비해 처리 속도가 느리고 시스템 장애시 복구능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분산원장 기술의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개선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13일 한국은행은 ‘분산원장 기술 기반 은행 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 결과 “현재의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은행 간 자금이체는 보안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는 결과가 양호했으나 효율성과 복원력은 기존 방식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의테스트는 2017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금융정보화추진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한은 금융망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참여해 자금이체, 콜거래, 증권대금, 외환매매대금 등이 이뤄진다. 한은은 이중 자금이체 업무에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R3)가 개발한 분산원장 프로그램 ‘코다’를 적용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R3의 프로그램은 거래내역을 참여자 모두가 공유하는 분산원장기술과는 달리 참가 금융기관들은 자신과 관련한 거래내역만이 기록된 원장을 보유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거래의 묶음인 ‘블록’을 형성하지 않고 거래 건별로 연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은 관계자는 “R3의 프로그램은 분산원장 기술 중에서도 금융서비스에 특화된 것으로 특히 금융거래정보의 비밀유지에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R3는 2015년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등의 다국적 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분산원장 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 연합체로,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국내 5개 은행도 참여하고 있다.

실험 데이터로는 2014년 3월 3일 한은금융망에서 실제로 거래된 자금이체 9301건이 사용됐다. 당시 총 140개 금융기관에 거래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한은과 거래량 상위 4개 금융기관과 나머지 136개 금융기관을 하나로 합쳐 총 5개의 금융기관을 ‘은행노드’로 설정됐다. 자금이체를 수행하는 거래 당사자들이다. 한은은 이 5개 금융기관 간의 거래를 모니터링하며 다자간 차액결제를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은 노드는 2개가 설정됐다. 한 곳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정상적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거래를 검증하는 노드 3개와, 보안 노드 2개가 추가됐다. 거래검증 노드는 자금이체 거래에 사용된 자금이 중복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역할로 가상통화 거래에서 채굴자들의 역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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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테스트 결과 분산원장 기반 시스템이 보안성과 확장성 면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프로그램은 권한이 없는 자의 접근을 정상적으로 차단시켜 뛰어난 보안성을 보였다. 거래에 참가하는 금융기관들이 확대되도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반면 효율성과 복원력은 기존의 한은 금융망이 낫다고 판단했다. 일단 속도가 느렸다. 실험에서 9301건의 지급지시 처리에 기존 9시간보다 2시간 33분이 추가로 소요됐다. 분산원장 기술의 거래기록 검증과정이 중앙집중형 시스템에 비해 복잡하기 때문이다.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블록체인 대신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스템 장애시 복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한은 관계자는 “분산원장 기반 시스템에서는 장애가 발생했을 때 비밀유지를 위해 정보공유 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복구가 곤란하다”며 “현 기술 수준에서 분산원장 시스템의 복구능력은 확인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민간 금융권에서도 현 단계의 분산원장 기술의 활용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R3를 탈퇴했다. 당장 연 회비 3억원이 드는데 반해 블록체인 시스템의 상용화에는 향후로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창립멤버인 골드만삭스도 R3를 탈퇴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R3의 무역금융 프로젝트에 국내 금융기관 중 단독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미국 스타트업 ‘리플’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원래 지난달 말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일본은행 한 곳이 추가로 테스트를 요청해 14일까지로 연장됐다. 한편 R3는 올 하반기 성능이 개선된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은은 “분산원장 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이 점을 감안해 업계의 동향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지급결제 서비스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실험 결과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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