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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명절엔 양가 방문, 내 부모는 각자 감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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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랑한다면 왜
김은덕, 백종민 지음| 어떤책 |216쪽|1만2000원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독립적으로 살아도 된다’는 원칙이 우리 결혼에 적용된 이후로 우리는 줄곧 평등을 두고 다투었지만 그런 덕분에 사랑을 지킬 수 있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설을 두고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명절 노동’, ‘명절 증후군’을 겪는 며느리들이다. 같은 고민을 두고 김은덕, 백종민 부부는 그들만의 명절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하나, 두 번의 명절을 여자 쪽 집, 남자 쪽 집 공평하게 나누어 간다. 둘, 차례 음식 준비는 여자의 일이 아니다. 셋, 내 부모는 내가 감당한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인데’, ‘1년에 딱 두 번뿐인데’, ‘결혼하면 이런 거지, 뭐’라는 생각 대신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을까’ 등을 서로에게 물으며 정리한 방침이다.

이 책은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규정 받은 김은덕, 백종민 부부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마주한 가부장제의 모순을 탈피하는 눈물겨운 투쟁기를 담았다. 한 사람의 글이 아닌 남자, 여자의 이야기를 각각 적었다. 가정 내 평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 모두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작은 결혼식을 치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커플의 80%가 부모의 지원을 받아 결혼한다. 이들은 결혼선언문 제1항으로 “우리는 남편과 아내이기 이전에 독립된 개체로서 평등하게 살아갈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두 사람이 사는 집의 세대주는 아내인 김은덕이다. 두 사람에게는 명절증후군이 없다. 각자의 부모님 댁 부엌일은 각자가 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돈 문제로 싸우거나 서로를 원망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두 사람은 전업 작가로 월급 없이 월세를 감당하며 빠듯하게 살지만, 자신들의 선택 결과로서 불안을 감내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결혼생활 중인 사람이라면, 언제든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 출산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선택이듯 말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그럴 때 다른 선택도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들은 ‘남들은 잘만 사는데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싶은 독자들에게 “우리 중 당신만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아니”라며 선택의 순간을 얼렁뚱땅 넘기지 말자고 말한다.

부모님의 가부장제 가치관, 가사노동의 분담, 명절증후군, 불평등한 호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고민한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각자 발견한 바가 있다. 백종민은 평등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한평생 사회적 기득권자로 살아온 자신이 은덕보다 훨씬 더 많이 변해야 함을 알았고, 김은덕은 평등을 지키고자 다툰 일이 결국 사랑을 위한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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