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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아프리카 왕국에서 온 어벤져스 새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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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새 영화 ‘블랙 팬서’

66년 만화로 탄생한 흑인 주인공

여성 캐릭터도 혁신적 면모 강해

자동차 추격전은 부산 로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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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에서 아프리카 대륙 가상의 나라 와칸다는 최첨단 과학기술과 녹색의 자연을 모두 갖춘 것으로 묘사된다. 사진 가운데 인물이 블랙 팬서의 능력을 지닌 주인공 티찰라.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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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 이빨을 목에 건 아프리카 왕국의 흑인 수퍼 히어로. 14일 개봉하는 ‘어벤져스’ 시리즈 신작 ‘블랙 팬서’는 주인공의 태생부터 혁신적인 영화다. 단지 피부색 얘기가 아니다. 블랙 팬서가 통치하는 가상 왕국 와칸다는 초강력 금속 비브라늄을 토대로 최첨단 과학기술을 갖춘 부강국으로 묘사된다.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을 작정하고 뒤집는 설정이다.

비브라늄 수트로 무장한 무적의 블랙 팬서가 바깥의 적이 아닌 흑인 사회 내부의 입장 차로 위기를 겪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블랙 팬서’의 주인공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분)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에서 아버지를 테러로 잃는 왕자로 등장했다. 이번 영화에선 왕위와 함께 블랙 팬서의 능력을 물려받고, 비브라늄을 암거래하는 악당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 분)를 쫓아 부산으로 향한다. 여기서 예기치 못한 숙적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와 맞닥뜨린다.

악역의 비중은 백인인 클로보다 미국에서 자란 흑인 킬몽거에 기울어 있다. 티찰라는 왕국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국왕의 본분과 전세계 고통 받는 흑인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새로운 깨달음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티찰라의 고뇌는 다소 판타지 세계 같은 와칸다 왕국 이야기에 현실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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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의 부산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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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는 1966년, 흑인 인권 운동이 한창이던 시대에 미국 주류 만화계 최초의 흑인 수퍼 히어로로 탄생한 캐릭터다. 마침 같은 해 창당한 미국의 실제 정당이자 흑인 무장조직도 이름이 같지만 만화와 직접 관련은 없다.

연출을 맡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실화를 그린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 흑인 복서를 내세운 ‘록키’ 시리즈 속편 ‘크리드’(2015) 등 흑인의 현실적 문제를 꾸준히 그려온 신예다.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제임스 건, ‘스파이더맨:홈커밍’(2017)의 존 왓츠 등에 이어 이번에도 주류 영화계 밖에서 블록버스터 감독을 발굴했다. 이달초 배우들과 함께 한국을 다녀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내가 만화책으로 블랙 팬서 캐릭터를 알게 됐을 때처럼,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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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내한한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만(왼쪽), 루피타 뇽, 마이클 B 조던.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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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주인공은 물론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에도 호평을 내놓고 있다. 티찰라의 옛 연인이기도 한 나키아(루피타 뇽 분)는 스파이로서 와칸다 안팎에서 활약한다. 여성들로만 이뤄진 호위 부대 ‘도라 밀라제’는 블랙 팬서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강단 있고 우아한 액션을 펼친다. 왕국의 나이 어린 공주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분)는 블랙 팬서의 첨단 수트 개발 등을 책임진다. 미국 잡지 배니티페어는 “‘블랙 팬서’의 이 특출한 신예는 디즈니가 만든 공주 판타지를 깨부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노블 전문 번역가 이규원씨는 “마블 코믹스는 최근 몇 년 간 아시아인·흑인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 성소수자 캐릭터 등을 새롭게 등장시켜왔다”며 “슈리가 블랙 팬서를 계승하는 수퍼 히어로가 되고, 한국인 캐릭터 아마데우스 조가 차세대 헐크로 등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만화 시리즈의 이런 변화는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블은 2019년 여성 수퍼 히어로가 단독 주연인 ‘캡틴 마블’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주인공 티찰라보다 주변 인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약점 같다. 매순간 정도를 지키려 애쓰는 티찰라는 급진적인 킬몽거와 대조돼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한다. 김봉석 평론가는 이번 영화에 대해 “1960년대 만들어진 블랙 팬서의 탄생기를 다루다 보니 다소 올드한 대목도 있다”며 “그래서 기존 마블 영화 시리즈와 동떨어진 외전 같이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블랙 팬서는 올해 4월 개봉할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도 다른 어벤져스 멤버 등과 함께 활약이 예고돼 있다.

국내 관객에겐 부산이 무대인 20여분의 액션 장면도 반가운 볼거리다. 나키아가 ‘부산 아지매’에게 한국어로 인사하며 자갈치 시장의 낡은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호화로운 비밀 카지노가 펼쳐진다. 이곳에 미리 잠입해있던 미국 CIA 요원(마틴 프리먼 분)과 블랙 팬서 일행의 탐색전은 악당 클로가 나타나며 한바탕 액션과 카지노 바깥 추격전으로 이어진다.

마린시티, 광안대교, 사직동 일대 등 부산 곳곳의 야경을 배경 삼아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 장면은 실제 지난해 부산에서 찍은 것. 제작진은 카지노 내부는 물론 인파가 붐비는 길거리 등 몇몇 장면도 부산에서 사전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미국 애틀랜타에 세트를 지어 찍었다. 특히 자갈치 시장 거리 세트는 실제 부산이라 해도 믿을 만큼 감쪽같다.

티찰라가 왕위에 오르는 장면 등 아프리카 여러 부족의 전통 문화를 반영한 미술과 의상도 눈길을 끈다. 블랙 팬서가 맨몸 격투를 벌이는 폭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리비 협곡을 본떴다.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가 프로듀싱한 음악은 액션을 한층 리드미컬하게 만든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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