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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채용비리 수사에 뿔난 은행권 “제2금융권 조사는 왜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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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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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한 금융당국과 사법당국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을 중심으로 수사가 편향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1금융권인 은행권 중에서도 일부 은행에만 고강도 조사를 단행하고 제2금융권은 쉬쉬 한다는 비판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22가지 항목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등 국내 5개 은행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5개 은행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한 상황이다.

지난 9일까지 이들 은행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각 은행마다 한 차례 이상씩 단행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바탕으로 채용 과정 중 실제 비리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사실로 적발될 경우 해당 임원에 대해 사법처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은행장이나 모회사 최고경영자인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에 대한 직접적 수사가 없었다는 점을 볼 때 채용 과정 조사에 따라 사실이 규명되면 채용 관련 임원 정도가 사법처리의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은행권 일각에서는 상당한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채용비리 의혹 규명 과정을 보면 제1금융권에서도 외국계 은행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고 자산 덩치가 꽤 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왜 동시 조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제1금융권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은행들에 타격을 주기 위해 제2금융권은 일부러 빼고 수사하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수사 대상이 된 은행 중에는 금융당국과 적잖은 마찰을 빚은 은행이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채용비리 수사는 금융권 전반에 뿌리내린 채용 문화의 적폐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됐어야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수사 국면만 놓고 보자면 누군가에게 대놓고 망신을 주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직접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계 은행이나 제2금융권 의혹 조사를 쉬쉬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금융권 전체를 일망타진할 목적이었다면 모든 금융기관에 동시 전수조사를 했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현장점검을 설연휴 이후에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특수성 등을 감안해 직접적으로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제2금융권의 금융기관 대부분은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는 등 은행과 달리 상법상 민간 기업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당국이 채용 실태를 전방위로 점검하려고 할 경우 방식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설연휴 이후 금융당국이 어떤 규모와 대상 기준을 잡고 조사에 임하느냐에 따라 채용비리 수사를 두고 촉발된 금융권 내의 불만이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5개 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 규명 작업도 아직 초기 단계이고 설연휴가 끝나고 금감원 내 관련 조직의 재편이 마무리되면 제2금융권 등에 대해서도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줄로 안다”며 “채용비리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조사해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당국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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