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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30년된 전선·발전기 무용지물…밀양 세종병원 안전 손 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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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방화문 떼버려 사상자 키워…의사 부족에 미신고 당직의 4명 번갈아 채용

(밀양=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화재 참사를 빚은 경남 밀양 세종병원이 건축·소방·의료 등 전반에 걸쳐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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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세종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은 세종병원·세종요양병원 등을 확장하는 데 급급했지만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시설 관리에는 소홀했다.

먼저 화재 원인으로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의 콘센트용 전기배선 합선이 지목된 가운데 전기시설 관리 문제를 들 수 있다.

세종병원의 역사는 신축 2층 건물이 들어선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90년대 3층으로 증축됐다가 2005년에는 5층 규모가 됐고 2008년 세종병원이 문을 열었다.

경찰은 1·2층의 경우 1988년 당시 노후 전기 배선이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세종병원이 들어서기 이전 건물의 전기시설을 담당하던 사람 등에게 확인을 거쳐 1·2층 전기 배선에는 최근까지 손을 댄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측은 "1·2층에서 일부 시설을 교체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세금계산서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공사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세종병원 화재 원인으로 꼽힌 전기 합선의 경우 전선 등이 불에 탄 상태여서 합선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노후 등 요인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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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세종병원 응급실



전기 배선 노후뿐만 아니라 해당 병원에서 전반적으로 전기시설 관리가 부실한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세종병원에서는 지난해 한 해만 해도 일부 층에서 최소 3차례 정전이 발생했다.

병원의 전기 점검을 맡던 민간업체 측은 "정전으로 몇 번 응급처치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세종병원은 정전 등 비상시 병원에 필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적정 용량의 자가발전시설은 갖추지 않았다.

현재 병원에 있는 자가발전시설은 2012년에 중고로 구입한 시설용량 10㎾, 220V짜리다.

경찰은 이 용량이 엘리베이터·중환자실 등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이런데도 시설 명판에는 20㎾, 380V라고 허위로 적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1층 방화문 역시 원래는 설치돼 있었지만 병원 측이 화장실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떼버린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다만 해당 건물의 경우 1층 방화문 설치가 의무 규정은 아니어서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세종병원은 또 수 년동안 병원을 증·개축하며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고 그에 맞는 의료인 수는 확보하지 않았다.

대신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법 당직의사(대진의사)를 채용해왔다.

이 병원에는 지난달 기준 화재로 숨진 민모(59) 씨를 포함한 4명이 짧게는 두달여간, 길게는 1년 넘게 불법 당직의사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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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세종병원 응급실



소방훈련도 지난해 병원 일부 관계자만 참여하는 등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세종병원이 안전을 도외시한 채 병원 운영을 이어간 데는 건축(의료)시설 점검과 시정 명령 등 권한을 가진 시와 시 보건소의 소극 행정도 일정 역할을 했다.

경찰 측은 "2012년 시 보건소가 세종병원·세종요양병원의 자가발전시설(발전기) 점검 당시 미흡한 부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고, 그에 따라 병원이 제대로 된 발전기를 갖췄다면 (이번 화재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사망한 분들이 변을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연도에 병원 점검을 했을 당시 보건소 계장 및 직원이었던 2명은 세종병원 자가발전시설이 적합하다거나 세종요양병원에 발전시설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 작성해 현재 형사 입건된 상태다.

시 역시 수년째 계속돼온 불법 건축물에 대해 이행강제금만 물린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행강제금 마저도 일부는 아예 부과하지 않은 사실이 이번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불법 건축물 증·개축은 도면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화재시 진화·구조활동에도 지장을 줬다는 지적을 받는다.

세종병원 화재는 지난달 26일 오전 7시 31분께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됐다.

불은 1층 중앙계단, 연소 탓에 변형된 방화문 틈새, 요양병원과 연결된 통로, 엘리베이터 틈새, 배관 및 전선 배선용 공동구로 퍼져 피해를 키운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화재 당일 37명이던 사망자는 현재까지 모두 48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144명이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화재 중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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