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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알트라이트 천덕꾸러기’ 배넌은 ‘미투’ 높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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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부장제 운동이 만년의 역사 뒤바꿀 것”

CNN “트럼프, ‘미투’ 대상이 민주당이면 지지했다”
한국일보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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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보좌진의 잇따른 사퇴 직후 ‘미투’운동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반면, ‘화염과 분노’ 발행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척을 지게 된 스티브 배넌 전 브레이트바트 편집장은 ‘미투’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13일 발행 예정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자 조슈아 그린의 저서 ‘악마의 거래’ 개정판을 위한 새 인터뷰에서 배넌은 ‘미투’운동을 가리켜 “검은 옷을 입은 걸 보면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이 이끄는 청교도 군단 같다”라며 그 이데올로기에 딱히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 “포퓰리즘보다 훨씬 깊고 원시적이고 광포하다”는 이유로 내재된 혁명적 힘을 경외한다며 운동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린에 따르면 배넌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을 지켜본 뒤 ‘미투’와 그 파생 운동으로 할리우드 여성들이 내세운 ‘타임즈 업’을 ‘반가부장제 운동’으로 규정하고 그 여파가 “만년의 역사를 뒤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들이 사회를 이끌게 될 것이다. 그들이 세력을 불리는 데 가부장의 화신인 트럼프만한 악당이 없다. 이것(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트럼프 백악관 내부를 취재한 것으로 알려진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주변인들을 비난한 탓으로 사실상 공개 절연을 당한 상태다. 또 소위 ‘알트라이트’를 영향력 있는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플랫폼 역할을 했던 우파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에서도 사실상 쫓겨나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당초 7월 발간될 예정이었던 ‘악마의 거래’ 개정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티브 배넌 사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화염과 분노’ 사태 이후 변화된 상황 등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 펭귄프레스의 스콧 모이어스는 “통상적인 발행 일정에 따라 새 인터뷰 내용을 묵히기에는 국가적인 대화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간 일정을 당긴 이유를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거짓된 공격으로 인생과 경력이 끝장나지만 회복이 불가능하다. 적절한 과정이라는 게 없는가”라고 한탄하며 ‘미투’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그러나 시점 상으로 볼 때 이 트윗은 백악관의 롭 포터 선임비서관과 데이비드 소렌슨 연설문담당관이 각각 전처의 가정폭력 주장으로 인해 사퇴한 후 나온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들의 폭력 주장을 접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존 켈리 비서실장 등 백악관 책임론을 무마하기 위해 사실상 이들을 감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투’로 인한 스캔들 의혹 제기를 이율배반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포터 비서관에 대해서는 “그가 스스로를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잘 되길 바란다”고 옹호했다. 이는 지난해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미성년 성추행 논란으로 낙선한 로이 무어 후보를 옹호할 때의 논리와 동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앨 프랭큰 상원의원과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 등이 ‘미투’의 표적이 돼 사퇴했을 때는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애초에 ‘미투’를 격발한 것도 대표적인 거물 민주당 후원자 중 하나이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도 가까운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폭로였다. 미국 CNN방송의 대표적 반트럼프 언론인 크리스 실리자 편집위원은 “트럼프는 항상 남성의 주장을 믿는다. 그 남성이 민주당원이 아니라면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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