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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지진 피하려 대만 이주했다 강진 만난 일본인 부부 '구사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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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겪고 5년전 화롄 이주 후 아찔했던 생사갈림길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7년전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서 대만으로 이주해온 일본인 부부가 화롄(花蓮)에서 또다시 강진을 만났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8일 대만 빈과일보에 따르면 6일 밤 규모 6.0 지진으로 45도 가량 기울어진 화롄시 윈먼추이디(雲門翠堤) 빌딩 7층에 살고 있던 오쿠보 다다오(大久保忠雄·68), 오쿠보 수민(大久保淑珉·63)씨 부부는 밤새 갇혀있다 다음날 오전에야 구조됐다.

일본 도쿄에 살던 이들 부부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서 대만계인 부인의 나라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5년전 이주해왔던 터였다.

남편이 중풍으로 행동이 불편한 까닭에 부인 오쿠보 수민씨는 지진 당시 부부 모두 살아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

당시 침대에 누워있던 남편이 떨어지면서 이리저리 모퉁이로 밀려다니다가 넘어진 서랍장에 부딪힐 뻔 했으나 오쿠보씨가 간신히 남편을 붙잡고 기울어진 방을 살살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었다.

당시 경사가 심각했던 데다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이어서 전화를 찾아 구조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았다. 소방관이 "구하러 왔다"고 창문을 두들길 때에야 자신이 살던 7층이 2층 높이가 돼 있는 것을 알았다고 오쿠보씨는 말했다.

오쿠보씨는 "어떻게 해야 두 사람이 함께 살아나갈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며 "둘 모두 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죽어도 같이 죽자고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오쿠보씨는 7년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그와 관련한 공포 때문에 대만으로 이주해 남편과 함께 여생을 보내기로 하고 과거 모친이 좋아했던 화롄에 정착했다.

두 다리가 불편한 부인의 동생(58)도 이 빌딩 7층에 거주하고 있다가 이들 부부와 함께 구조됐으나 동생을 돌봐오던 필리핀인 간호사는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채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오쿠보씨는 "간호사를 아직까지 찾지 못해 큰 걱정"이라면서도 "또다시 구사일생의 여생을 맞게 된 만큼 앞으로는 남편과 같이 일본으로 돌아가 벚꽃 구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진에서 구조된 일본인 부부(왼쪽)과 동생 가족[대만 빈과일보 캡처]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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