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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얀마, 로힝야족 식량 압수…'굶주림'을 무기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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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식량 기다리는 로힝야 소녀


【나야파라난민수용소(방글라데시)=AP/뉴시스】유세진 기자 =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 무슬림들의 식량을 빼앗아 로힝야족이 어쩔 수 없이 미얀마를 떠나지 않으면 안되도록 했다고 방글라데시 난민수용소의 로힝야족이 말했다.

나야파라 난민수용소에 있는 압둘 고니(25)는 "미얀마군이 처음에는 땔감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로힝야족들에게 숲으로 가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런 뒤 농사를 위해 빌린 소를 빼앗아 갔고 다음에는 삼촌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군이 불법으로 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유로 삼촌을 죽이는 것을 보고서는 미얀마를 떠나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들도 죽을 것같아 탈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것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니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들에게 '이곳은 너희들의 나라가 아니다. 너희들을 굶길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25일 로힝야 반군의 경찰초소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공격으로 70만명에 가까운 로힝야족이미얀마를 탈출했다. 라카인주의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은 처음 학살과 강간, 마을 파괴 등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로힝야족들이 식량을 구하지 못하도록 해 기아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로힝야족으로 하여금 미얀마를 떠나게 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떠올랐다.

미얀마 정부가 언론의 라카인주 취재를 차단하고 있어 로힝야족들의 기아 실태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AP 통신이 최근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1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라카인주의 로힝야족들이 절망적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과 국제사면위 등 국제구호단체는 이미 로힝야족의 심각한 기아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미얀마군은 취재 요청을 거부하고 있으며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혐의를 부인하며 단지 테러리스트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을 뿐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윈 미야트 아이 사회복지장관은 "정부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지원 식량을 분배하고 있다. 로힝야족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했다.

AP 통신과 인터뷰한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는 이전부터 로힝야족이 농사와 낚시, 장사 등 생계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을 금지했었지만 몇주 전부터 금지 정도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미얀마를 탈출한 고니는 "차라리 감옥에 있는 것이 낫다. 감옥에 있으면 최소한 하루 2끼는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마일 메르 박사는 "새로 난민수용소로 도착하는 로힝야족들의 영양실조 상태를 보면 이들이 믿기 힘들 정도로 기아에 시달려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비타민 결핍에 시달리고 있었고 피골이 상접한 모습은 마치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게 했다"고 말했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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