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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르포] 대만 지진현장 주민 "지금껏 겪은 지진중에서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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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이어져 휴대전화에 대만중앙기상국 경보메시지 잇따라

연합뉴스

지진현장서 브리핑 듣는 차이잉원 대만총통(사진 가운데 뒷모습 여성) 2018.2.7
[AP=연합뉴스]



(화롄<대만>=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책상에 앉아 못다한 일을 마무리하려던 무렵 휴대전화에 진동음과 함께 긴급메시지가 날아왔다.

"국가급 경보. 밤 11시50분께 화롄 타이베이 등 진도 4 이상 지진 예상"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온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진이었다.

여느 때처럼 짧고 강한 녀석이 왔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3∼4초 가량 마치 롤러코스터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위 아래 좌우로 마구 흔들렸다.

그 뒤로도 강한 여진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며 흔들었다. 어지럽고 메스꺼울 정도였다.

6일 밤 11시 50분(현지시간)께 대만 동부 화롄(花蓮)을 강타한 규모 6.0 지진의 시작이었다.

7일 아침 타이베이 쑹산(松山)역에서 화롄으로 향하는 첫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열차는 여진 때문에 서행과 정차를 반복했다.

열차는 석회암 지대의 관광지인 화롄 타이루거(太魯閣) 국립공원 부근에서 서행하더니 정차역도 아닌 신청(新城)역에 아예 서버렸다. 지진 때문에 잠시 정차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 뒤 5분 정도 지나서야 열차는 출발했다.

결국 예정시간보다 30분 가량 늦게 도착한 화롄역 주변은 적막강산이었다. 주변 상점의 셔터는 모두 내려져 있었고 역내를 제외하고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산한 날씨에 굵은 빗줄기까지 내려 쌀쌀함을 더했다.

택시를 타고 마샬호텔로 이동하는 길에서 기사는 "어릴 때부터 지진을 많이 겪어 익숙해졌지만 어제 지진만큼은 공포에 떨었다"며 몸서리쳤다. 그는 "화롄 시내 모든 집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화롄 시내의 인도와 도로 모두 지진으로 인한 균열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고 담장이나 건물 외벽, 기둥 일부가 무너지거나 파손된 곳도 적지 않았다.

연합뉴스

대만 강진에 호텔 붕괴…대피하는 투숙객들
(타이베이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밤 대만 동부 화롄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0의 지진으로 붕괴한 마샬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구조대원의 안내로 대피하고 있다.



마샬호텔 인근의 한 공사 중이던 고층 건물의 크레인은 엿가락처럼 고꾸라져 있었다.

마샬호텔 앞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도 "지금껏 경험해본 지진 중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건물 저층부가 모조리 뭉개진 마샬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경찰, 군인, 소방관들이 투입돼 구조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지진 당시 호텔 직원들이 대부분 건물 지하에 머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여성이 호텔로 출근한 아들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서럽게 울었다.

지진으로 30도 가량 기울어진 윈먼추이디(雲門翠堤) 빌딩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여진은 계속 이어졌고 휴대전화에도 중앙기상국의 지진경보 메시지가 계속 날아왔다.

건물 한쪽 면의 5층까지 주저 앉아버린 이 건물은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지지대 설치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대형 트럭으로 실어온 콘크리트 덩어리들로 지지대를 보강하고 있었다.

이 건물에서는 지금까지 80여 명 가량이 연락이 안된 채 실종된 상태다. 건물 내에 대피해 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라이칭더(賴淸德) 행정원장(총리)이 건물 앞에 나타나 생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 건물 안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구조돼 지켜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안겼다.

연합뉴스

대만 지진으로 반쯤 기운 건물. 2018.2.7
[AP=연합뉴스]



lovestai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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