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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배터리 게이트' 애플 '사과'에 국내 중고 아이폰 가격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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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배터리 게이트' 소송으로 중고 아이폰 가격이 떨어졌다가, 애플이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 정책을 발표하고 나서자 중고 아이폰을 찾는 이용자들이 되려 늘어났다. 중고 아이폰 가격도 올랐다.

중고폰 전문 사이트 '착한텔레콤' 측은 중고폰 빅데이터 서비스 제공업체 '유피엠'의 중고 아이폰 거래 내역 12만건을 분석한 결과, "애플 '배터리 게이트' 사건 후 중고 아이폰 시세가 떨어졌다가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 발표 후 중고 아이폰 시세가 반등했다"고 6일 밝혔다.

착한텔레콤 측은 중고 아이폰 가격이 배터리 게이트 때문에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중고폰 매매 사이트에서 “중고 아이폰을 사고 배터리만 교체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소프트웨어를 무난히 체험할 수 있는 사양의 기기를 살 수 있다”는 의견이 오고 가면서 중고 아이폰 가격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애플 측은 2017년 9월에 나온 최신 소프트웨어 iOS 11 업데이트를 아이폰3G(2008년), 아이폰3GS(2009년), 아이폰4(2010년), 아이폰4S(2011년), 아이폰5(2012년)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에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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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를 쓰는 한 이용자. / 블룸버그 제공



착한텔레콤 측은 아이폰6(2014년), 아이폰6S(2015년), 아이폰SE(2016년), 아이폰7(2016년) 총 4개의 중고 아이폰 판매량을 대상으로 2017년 12월 1주차부터 2018년 1월 5주차까지 총 9주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최신 소프트웨어 iOS 11을 큰 성능저하 없이 돌릴 수 있는 중고 모델들이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기 성능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렸다는 '배터리 게이트'에 대해 사과한 2017년 12월 20일(12월 4주차)에는 4개 모델의 중고 아이폰 시세가 평균 1만2000원 떨어졌다. 감가상각(시간이 지나면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에 의한 4개 모델의 중고 아이폰 평균 하락 가격(약 9000원)보다 약 30% 더 떨어진 수치다. 아이폰7의 경우 3만8000원 가량 떨어졌다.

이후 애플은 사과문을 내고 배터리 교체 비용을 79달러(약 10만원)에서 29달러(약 3만4000원)로 내린 후, 1월 1일부터 최신 iOS 11 업데이트가 가능한 모델인 아이폰6·아이폰6S·아이폰SE·아이폰7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배터리 교체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1월 2일부터 동일한 모델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할인된 가격의 배터리 교체를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4개 모델의 중고 아이폰 평균 시세가 반등했다. 1월 1일 전까지 평균 1만2000원가량 떨어졌던 4개 모델의 중고 아이폰 시세가 평균 2만9000원 올랐다. 이동통신판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신형 아이폰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아이폰6나 7만 해도 최신 소프트웨어를 큰 성능 저하 없이 쓸 수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신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아이폰를 구매하고 배터리를 교체하려는 이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폰 사용자들은 최신 소프트웨어가 구형 아이폰 모델을 지원하는 것을 애플의 장점으로 꼽는다. iOS 11 업데이트가 지원되는 가장 오래된 모델인 아이폰5S의 경우 5년 전인 2013년에 출시됐다. 같은 연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4의 경우 2015년 안드로이드 5.0 롤리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마지막이다.

1월 2일 이후 애플 서비스 센터에서의 배터리 교체 고객도 늘었다. 서울시 명동 애플 서비스 센터의 한 관계자는 6일 "센터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평균 150여명의 고객이 방문하는데 배터리 교체를 원하는 고객은 평상시 20여명보다 약 3배 늘어난 60여명으로 늘었다"며 "'원래 아이폰 사용자가 아니라 중고 아이폰을 샀는데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느냐'고 묻는 고객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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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한 중고폰 판매 업체. / 안별 기자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 이후 중고 아이폰 가격이 반등했지만 중고 아이폰을 찾는 고객은 꾸준하다. 중고폰 유통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게이트 소식을 듣고 중고 아이폰 가격이 떨어졌을 거라 기대하고 문의 온 고객들이 하루 평균 50여통의 문의 전화 중 30여통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며 "고객들에게 '살짝 가격이 올랐다'고 말해주지만 그래도 배터리 교체 비용이 저렴해 구매 의향을 밝히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점을 악용하는 업체도 있다. 중고 아이폰 수요가 늘자 중고 아이폰을 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서울 지역 중고폰 거래 업체 중 규모가 큰 5개 업체의 판매가를 살펴본 결과, 최근 한 달 사이 4개 모델(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 아이폰7)의 중고 아이폰 평균 상승 가격(약 3만6000원)이 착한텔레콤 측이 발표한 4개 모델의 중고 아이폰 평균 상승 가격(약 2만9000원)보다 20~30% 가량 더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4개 모델 중 가장 최신이자 가격대가 높은 아이폰7(모델명 A1784 128기가바이트)의 경우, 규모가 큰 5개의 중고폰 업체를 기준으로 평균 판매가를 낸 결과 12월 20일 49만원이었던 가격은 2월 6일 53만원으로 4만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4개 모델의 중고 아이폰 평균 상승 가격(약 2만9000원)보다 약 30%가 더 오른 셈이다. 감가상각에 의해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 것과 상반된 상황이다.

이동통신판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로 중고 아이폰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중고 아이폰을 사재기 하거나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는 업체들이 늘어났다"며 "가격을 잘 비교하고 구매해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별 기자(ahnby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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