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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은행 채용비리, 하나의 '궤변'과 국민의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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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인정한다"면서도 "내부 사유" 주장…"서울대 없어서 합격시켰다"는 해명

CBS노컷뉴스 조근호 기자

노컷뉴스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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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KEB하나은행이 문제점을 인정한다면서도 특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은 검찰에서 소명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나·국민은행 관계자과 최근 가졌던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적극 해명

심 의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채용공고를 낼 때 은행 홈페이지와 채용대행 전문사이트 외에 은행 내부 게시판에 별도의 공고를 냈다.

별도의 공고는 임직원과 고객, 거래처 등으로부터 우수 인재를 추천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하나은행은 이 추천을 토대로 55명의 별도 명단, 이른바 'VIP리스트'를 작성·관리했다.

여기서 하나은행은 서류전형의 한계점을 감안해 추천된 우수 지원자에게는 차기 전형, 즉 필기 전형 기회를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VIP리스트에 있는 지원자는 서류전형을 자동으로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은행은 또 채용공고를 할 때 우대요건으로 '지역 연고자, 이공계, 전문자격증 보유자'라고 밝혔으나 '글로벌 인재, 입점대학, 주요거래대학'과 같은 내부 우대요건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2일 심 의원실을 방문해 "일부 그런 문제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특혜나 채용비리가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 내부 사정(우대) 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은 내부 우대요건의 근거가 "채용전형을 주관하는 인사부장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인사규정 시행 세칙을 확인해보니까 글로벌대학 등 우대조건은 지침화된 것이 없었다"며 "인사부장 머리 속에 있거나 사후적으로 끼워 맞춘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채용전형 주관은 인사부장 소관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채용계획의 수립과 일반직 채용은 은행장이 전결권자라고 덧붙였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지원자 7명의 점수를 올려 합격시키고 대신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을 불합격 처리한 점에 대해서도 하나은행은 "우수인재 채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대 출신이면 우수인재냐는 물음에 하나은행은 "서울대 출신이 하나도 합격이 안 돼서 우수인력인 서울대 출신을 합격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점수 조정을 통해 미국 위스콘신대학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점수조정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 국민은행 채용비리 혐의 '모르쇠' 일관…검찰, 윤종규 회장 집무실 압수수색

하나은행이 이처럼 내부 우대사유나 우수인재 채용 등의 이유를 들어 적극 해명한 반면 국민은행은 대체로 검찰에서 소명하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채용 비리 혐의를 소명해 달라'는 요구에 6일 오전 심 의원실을 방문해 "현재 검찰로 넘어가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별도 관리 중인 명단 즉 'VIP리스트'에 대해서도 "명단의 성격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검찰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다만 윤종규 지주 회장의 종손녀가 특혜 채용됐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윤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 실무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을 했으나 임원면접에서 120명 중 4등의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국민은행은 "국민은행 채용전형은 매 단계마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며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1차면접은 다시 0점에서 시작하고, 2차면접도 그렇다"고 말했다.

앞 단계 전형의 점수가 합산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같은 방식을 채용공고 때 지원자에게 알렸느냐"는 심 의원의 물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같은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절망적이었던 것은 대국민사과 개혁의지가 아니라 은폐나 거짓으로 일관하는 은행의 모습"이라며 "민간기업이라도 공개채용이라는 것은 수많은 지원자와의 약속이고 일종의 사회계약"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금감원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한 은행 외에 "나머지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견됐다"며 "은행별로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져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의혹을 검사한 결과 모든 5개 은행, 22건의 채용비리 혐의를 확인하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은 2016년 채용 때 55명의 VIP리스트를 작성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지원자들은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필기전형을 거쳐 6명이 남았고 임원면접 조작으로 모두 합격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 때 20명의 VIP리스트를 관리하며 서류전형에서 이들을 모두 합격시켰다. 최종합격자 중에는 윤종규 지주회장의 종손녀가 포함돼 특혜 의혹을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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