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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임종헌 PC’ 제출 거부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 전격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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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인적청산 말한 다음날

새 처장에 안철상 대법관 임명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보고서에

“행정처 협조에 한계” 불만 적시

대법 “퇴임 앞두고 교체는 관례”

법원 안팎 “자연스럽지는 않다”

중앙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은 25일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을 해임하고 안철상 대법관을 신임 행정처장으로 임명했다. 김 대법원장(왼쪽 사진)과 김소영 대법관이 이날 오전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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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52·사법연수원 19기)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가 나온 지 이틀 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지 하룻만이다.

법원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인적 청산’에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의 위임을 받아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수장(首長)이다. 13명의 대법관 중 1명이 돌아가며 맡는다. 실제로 김 처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사퇴한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용하던 PC를 제출해달라는 추가조사위의 요구를 거부했다. 추가조사위가 조사 결과 보고서에 “법원행정처의 협조에 한계가 있었다”고 불만을 적시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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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상 대법관. [연합뉴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취임한 김 처장은 오는 11월 대법관직에서 퇴임한다”며 “2월 인사를 앞두고 재판 업무에 복귀하기를 원해 신임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6개월 만의 법원행정처장 교체가 ‘관례’라는 입장이다. 신임 처장에는 지난 2일 취임한 안철상(59·15기) 대법관이 임명됐다.

하지만 추가조사위 발표 직후 이뤄진 갑작스러운 교체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게 법원 안팎의 시각이다.

대법원도 이날 인사 발표 이후 이례적으로 백브리핑을 통해 “신임 안 처장이 (블랙리스트) 추가조사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맡아 진행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경험이 없는 안 대법관이 김 대법원장이 24일 밝힌 법원행정처 개편 및 인적쇄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번 인사 이후 관심은 추가조사위가 확보했던 법원행정처 전·현직 판사들의 업무용 PC와 임 전 차장의 PC로 쏠린다. 앞서 추가조사위는 이들 PC에서 비밀번호가 걸린 760개 문건 파일은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의 PC는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가조사위를 비롯한 일부 판사들은 “암호 파일은 물론 임 전 차장의 PC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암호가 걸려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인사)’이란 제목의 문건이 인사 불이익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 이어 추가조사까지 이뤄진 마당에 ‘재재(再再) 조사’는 과도하다는 내부의 비판도 적지 않다. 결국 ‘후속조치’를 위한 기구가 어떤 인물들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물적(物的) 조사’의 확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인적 조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추가조사위 조사에서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교감’ 정황이 나온 만큼 당시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나 징계 등 처분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적 조사가 일각의 우려처럼 ‘인적 청산’으로 확대될 경우 다음 달 중순 시작되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원을 떠나는 판사의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미 예년의 50~60명 수준을 넘어 최대 80명 가량이 사의를 밝힐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한 대법원 관계자는 “사태 진화에 나선 김 대법원장이 물적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24일 입장문에서도 후속조사란 표현 대신 ‘조치’ ‘조사결과 보완’이란 완곡한 표현을 쓴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아직 ‘보완 기구’가 어떤 형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른 법원 관계자는 “외부 중립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 등을 놓고 김 대법원장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며 “향후 이 기구에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을 대신해 인적 조사를 맡거나 ‘PC 재조사’ 등을 권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현·손국희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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