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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안전·시민권 보장없는 로힝야 난민 송환 결국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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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방글라 '책임 공방'…난민촌에선 찬반놓고 긴장

국제사회 전면 송환 계획 전면 재검토 촉구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벌어진 송환 반대 시위[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신변 안전과 시민권 보장 없이 강행된 로힝야족 난민 송환이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난민촌에 혼란과 긴장감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난민을 수용한 방글라데시는 로힝야족의 '자발적인 송환'을 강조하며 송환 개시 시점을 늦췄고, 로힝야족 문제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아온 미얀마는 송환 지연의 책임을 방글라데시에 떠넘기고 있다.

난민촌에서는 송환 찬반 논란 속에 로힝야족 원로가 살해되고 송환 반대 시위 주동자가 체포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초 틴 미얀마 국제협력장관은 전날 수도 네피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글라데시 측의 일방적인 송환 개시 연기 방침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난민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그들을 환영할 준비가 됐다"며 "방글라데시 측에서 준비가 덜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난민들의 자발적인 본국행을 위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은 것을 송환 지연의 최대 쟁점으로 제시했던 방글라데시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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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난민들의 강제 송환 반대 시위[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방글라데시 난민 구호·송환 담당 국장인 모함마드 압둘 칼람은 지난 22일 "내일부터 (로힝야족) 사람들을 보내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송환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머무는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 당국이 자신들의 안전과 시민권을 보장해야만 송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농지와 거주지 반환도 요구했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지난 2016년 10월 및 지난해 8월 경찰초소 습격 사건과 미얀마군의 토벌작전 와중에 끔찍한 학살과 성폭행, 고문 등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난민들은 본국행 자체를 꺼리고 있다.

로힝야족이 살던 마을은 모두 불에 탔고 가축과 재산은 약탈의 대상이 됐다. 농지는 미얀마 정부가 수용해 이미 추수를 마친 상태다. 따라서 로힝야족은 미얀마에 돌아가더라도 삶의 기반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

하지만 미얀마 당국은 돌아온 난민을 임시 수용소에 1∼2개월가량 머물게 한 뒤 원래 거주지로 돌려보낸다는 계획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방안만 제시했을 뿐, 난민의 요구사항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미얀마 정부가 분쟁 재발을 막기 위해 송환된 난민을 임시 수용소에 장기간 가둬두고 기본권을 박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속한 송환을 원하지만, 난민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는 방글라데시, 추가적인 분쟁을 막기 위해 돌아올 난민을 통제하려는 미얀마가 충돌하면서 난민 송환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항이다.

이런 가운데 10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이 기거하는 난민촌에서는 송환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송환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로힝야족 원로 2명이 괴한에 살해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여기에 방글라데시 당국이 송환 반대 시위를 주도한 로힝야족 대표를 구금하면서 난민촌의 긴장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23일 콕스 바자르 난민촌에서 송환 반대 시위를 주도한 로힝야족 대표 모히불라를 포함해 3명의 난민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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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난민촌[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 난민 송환 계획의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전날 제네바에서 "송환이 올바르게 지속되려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이슈들이 논의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송환될 난민의) 시민권 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난민들은 모두 장기적으로는 집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강제로 보낼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성명을 통해 "현재의 송환 방식은 난민의 안전과 안위를 위협한다. 따라서 방글라데시는 송환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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