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원세훈 대법원 재판 ‘우병우 뒷거래’ 가능했을까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법원, “결론에 영향 없었다” 공식 입장 밝혀

-우병우가 요구한 ‘전합 회부’는 소수의 대법관 의견으로 가능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실제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선고 결과에 영향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23일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에 대한 대법관 13명의 입장문을 내고 “관여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부와 외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대법원 제공]


논란이 된 사건은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이다.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반대의 결론을 내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만장일치 의견으로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항소심 재판부 동향을 선고 전후에 걸쳐 파악하고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은 원 전 원장이 구속되자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달라’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의 ‘판사 뒷조사’가 부적절했다고 보는 일선 판사들도 대법원이 내린 결론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는 분위기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일부가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는 알 수 없지만, 13명이 한꺼번에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결론을 짜맞추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자체는 배경을 의심해볼만 하다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대법관 네 명으로 구성되는 ‘소부’에서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예외적으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지대한 사건이나 소부에서 합의가 되지 않는 사건, 기존 판례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겨 평의한다. 바꿔말하면 소부에 관여한 대법관 중 한 명이라도 다수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전원합의체 심리가 가능한 구조다. 원 전 원장의 상고심 사건의 주심은 민일영 전 대법관으로, 2015년 9월 퇴임했다. 전원합의체 판결문에 이름을 올린 이인복·이상훈·박병대·김용덕·박보영 대법관도 임기를 마치고 대법원을 떠났다.

조사위는 청와대가 원 전 원장 사건에 대한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한 것을 두고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김명수 대법원장은 조만간 판사 사찰 등 추가로 불거진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다.

jyg97@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