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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관객과 통하면 폭발하는 ‘또 하나의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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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성진 쇼팽발라드 전곡, 선우예권 5곡

키신 10곡·손열음 즉석 신청곡까지

본공연 뺨치는 ‘앙코르’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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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지난해 8월23일 저녁 서울 신사동 풍월당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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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는 본공연이 끝난 뒤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2부로 나뉜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에서 쇼팽 발라드 전곡(1~4번)을 연주한 것.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앙코르로 쇼팽 발라드 전곡 연주, 이거 실화냐”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그의 첫번째 앨범 수록곡을 들려주며 확실한 ‘팬서비스’를 한 셈이다.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독주회를 열었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역시 앙코르로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라벨의 ‘라 발스’를 포함해 1, 2부에서 4곡을 연주한 그는 앙코르에선 차이콥스키의 ‘4계’ 중 ‘10월’ 등 모두 5곡을 연주해 사실상 ‘3부’를 선보였다.

어쩌면 음악회의 알짜 재미는 본공연이 끝난 뒤 언제까지 이어질지 무엇을 듣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앙코르에 있을지 모른다. 특히 스타급 연주가들의 앙코르는 그 이름에 걸맞게 수준도 높고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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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연주로 이름난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는 지난해 2월 독주회에서 관객들에게 즉석 신청곡을 받아 연주해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 갈무리


앙코르 10곡으로 화답한 키신, 즉석에서 신청곡 받은 손열음…

2009년 4월에 내한했던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의 앙코르는 전설처럼 전해져온다. 그는 30여회의 커튼콜과 10곡의 앙코르로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겼다. 쇼팽의 ‘녹턴’부터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까지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키신은 2006년에도 10곡의 앙코르를 연주해 ‘앙코르의 황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오는 10월 키신의 내한을 앞두고 관객들이 설레는 데는 그의 ‘후한 앙코르 인심’도 한몫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1위(2011년) 수상자였던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도 2013년 처음 방한 연주 때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적 시’에 감명받아 작곡한 ‘라흐마니아나’ 등 5곡을 연주했다.

국내 젊은 연주자들도 독특한 앙코르로 화제가 됐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2016년 독주회에서 거슈윈의 ‘서머 타임’을 시작으로 1900년대 초반 작곡가들의 대표작을 6곡이나 연주했다. 그러곤 “준비한 곡은 모두 끝났다”면서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았다. 신난 청중들이 신청곡을 외쳤고, 손열음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 3곡을 더 이어갔다. “딱 한 곡만 앙코르로 준비했다”며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총 16곡)을 전곡 연주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2010년 첫 국내 독주회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연주 중 하나다.

앙코르곡 선정은 전적으로 연주자의 성향에 달려 있는데, 대개는 본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곡들을 선택했다면 앙코르에서 서정적인 걸 연주하는 식으로 대비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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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해 1월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마친 뒤 줄지어 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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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가 폭발하려면…

연주 당일, 관객의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연주자 역시 좋은 기운을 받아야 ‘앙코르 폭탄’이 터진다. 한곡이라도 더 듣고 싶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앙코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연주자들의 부담도 커진다. 조은아 피아니스트는 “본공연을 연주하면서 앙코르곡을 제대로 칠 수 있을까 걱정한 적도 있다”며 “앙코르곡도 본공연만큼 충실히 준비한다”고 말했다.

반면 ‘본공연이 메인’이라고 여겨 앙코르는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연주곡 자체가 너무 어려운 경우 곡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 일부러 앙코르를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주로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백건우는 앙코르에 잘 나서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연기획사인 빈체로 관계자는 “예전에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베토벤 전곡을 연주했는데 거기에 앙코르를 요청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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