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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강남에 매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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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충격·신 DTI 영향…정부 추정액 놓고 “무리한 발표” 지적도

“매수 문의가 끊기고 웬일로 ‘지금 팔아야 하느냐’는 매도 문의가 오네요.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가 알려진 직후에는 매물이 2~3건 나왔고요. 시장이 충격을 받긴 했나 봐요. 집주인들이 이제 집값이 안 오를 것 같다고들 해요.”(잠실주공 5단지 근처 공인중개업소)

“단골고객이 여윳돈이 생겼다며 투자처를 찾기에 ‘아파트값이 내려가지 않겠나.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어요. 불확실성이 높아질 땐 돈이 안 몰리거든요. 추격매수를 하기보단 지켜보는 게 낫죠.”(공덕역 근처 공인중개업소)

정부가 서울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환수 부담 추정액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말부터 보유세 인상과 재건축 허용연한 연장 등 ‘구두 경고’가 나올 때마다 매수 문의가 잠깐 소강상태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제한적이나마 매물이 출현했다. 최근 집값을 최고점으로 보는 심리가 확산 중이란 해석이 나온다.

23일 서울 강남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잠실주공 5단지 등 일부 재건축 단지 물량을 비롯해 잠실엘스아파트 등 일반아파트 매물이 소량 나왔다. 호가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에는 매수자들이 달라붙지 않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보유세 인상이 구체화되면 매물이 많아지고 가격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달라진 분위기는 초과이익환수제 영향이 크다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며 “앞으로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인식되던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기 위한 금융규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부채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만 포함했지만, 오는 31일부터 도입되는 신DTI에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도 추가돼 사실상 추가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한편 정부의 세밀하지 못한 재건축 부담금 발표를 두고 뒷말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을 공개해 시세차익 기대심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였으나 금액이 과도하게 강조되면서 정작 초과이익환수제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부담금 산출 근거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론부터 위헌 소송 등 집단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부담금을 산출할 때 개발비 등이 빠진다는 점을 들어 건설업계에서는 차라리 공사 단계에서 특화 조성비나 조경비 등을 더 투입해 초과이익 규모를 줄이는 게 낫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 국책사업팀장은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을 무리하게 발표해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키우고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며 “자칫 초과이익환수제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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