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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언론 악플은 '담담하게'…정치 악플은 '수사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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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자사 뉴스 서비스의 댓글 조작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로 여권에 비판적인 댓글이 문제의 대상으로 지목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네이버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기사 댓글과 댓글의 공감·비공감 추천을 조작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오는가 하면 여당 대표가 직접 나서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추미애 "악성 댓글 방치 않을 것"…포털 책임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네이버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추 대표는 “국내 대표적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과 죄인으로 부르고, 그 지지자들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단히 명백하고 상습적인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이를 방조하고 있는 포털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또 “더 큰 문제는 네이버의 욕설 댓글이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린 초등학생들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가짜뉴스 유포 행위를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신속히 마련하겠다. 허위사실 유포 및 부당한 인신공격 행위 등에 대해 철저히 추적해 단호히 고발조치 하겠다. 관계당국도 사회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악성 댓글의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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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대표는 “특히 네이버는 자사의 서비스에 이런 행위가 범람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묵인도, 방조도 공범인 것이다.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행위에 대한 삭제 조치, 사회를 좀먹는 악성 댓글에 대한 관리 강화와 분명한 조치를 촉구한다”며 네이버가 악성 댓글에 대한 자체 관리를 강화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포털 업계의 공룡이라고 불리는 네이버이지만, 여당 대표까지 나선 전방위적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네이버는 "댓글 추천 수가 급속히 올라간다는 등 의혹 제기와 관해 명확한 사실 규명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19일 자로 경찰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조작 의혹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악성 댓글 자체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 문 대통령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댓글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사뭇 달랐습니다. 지난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 회견 때 한 기자가 이런 댓글 문제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기자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대통령 지지자들의 격한 표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댓글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를 물었습니다. 추미애 대표가 악성 댓글에 대해 제기한 것과 차이가 있다면 댓글의 대상이 정치인이나 그 지지층이 아니라 기사와 기자라는 것뿐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부터 언론인들이 기사에 대해 독자들의 의견을 받을 텐데 지금처럼 활발하게 댓글을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희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기간 내내 제도 언론의 비판들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 문자를 통해서 댓글을 통해서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익숙하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그런 악플이나, 문자를 통한 비난이나 트윗을 많이 당한 정치인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다' 그렇게 받아들인다. 기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댓글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사실 언론이라고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당연한 지적입니다. 언론이 시각을 가질 수 있듯 독자나 시청자도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고 그 한 통로가 댓글일 수 있습니다.

● 악성 댓글, 남에겐 '민심' - 나에겐 '범죄'?

다만, 이쯤에서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포털이 나서 댓글을 삭제 조치하라는 여당 대표와 국민의 의사표시인 만큼 담담하게 받아 들이면 되지 않겠느냐는 대통령 견해 사이에서 뭔가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치인과 그 지지층에 대한 댓글이냐, 기자와 기사에 대한 댓글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댓글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 까닭입니다. 특정 정치인과 그 지지층에 대한 악성 댓글은 안 되고 (아마도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해 비판적인) 기자와 기사에 대한 악성 댓글은 괜찮다면 납득이 쉽지 않을 겁니다.

‘악성 댓글은 그 자체로 범죄’입니다. 제 이야기가 아니라 공익광고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댓글 문화에 대한 공익광고는 “테러보다 더 잔인한 테러”, “악성댓글은 영혼까지 파괴시키는 범죄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다만 어느 수위까지를 악성 댓글로 보느냐 하는 판단의 문제는 남습니다.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자신에 대한 비판이라고 무조건 ‘악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열린 자세가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 정치인, 혹은 상대 지지층에 대한 비판과 악성 댓글은 ‘민심’으로, 자신과 자신의 지지층에 대한 악성 댓글은 ‘범죄’로 치부하는 이중 잣대는 없어야 합니다. 네이버 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 뉴스 댓글에 달리는 인신공격성 댓글은 솔직히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 여권은 그간 인터넷 공간에서 절대적 우위를 지켜왔습니다. 촛불 민심 덕이었습니다.

최근 가상화폐 논란과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 이후 비판 댓글이 증가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지나친 공격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언급했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어느 정도는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댓글에 조직적인 조작이 개입됐다면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수사 의뢰가 됐으니 지켜볼 일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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