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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빙상연맹 또 잡음 '女 팀추월, 선수 출전불가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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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자 팀추월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 개막을 불과 보름가량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대회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이다. 자연스레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메달 신화를 꿈꾸던 여자 팀추월 종목 역시 대회 출전 가능성은 물론 경기력까지 뿌리째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지난 22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인 노선영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을 들었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 온 평창올림픽 무대를 향해 훈련에 매진 중이던 노선영은 백철기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을 통해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는 최종 연락을 받았다. 지난 4년 동안 오로지 올림픽 무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오던 노선영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출전규정이다. 빙상연맹을 통해 공개된 ISU의 규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개최국 자격으로 팀추월 종목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다. 그러나 이 규정 역시 기본적으로는 다른 회원국들과 동일한 원칙을 적용받는다. ISU는 규정상 단체 종목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해당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랭킹포인트를 쌓아 개인종목 출전자격이 부여되는 32위안에 드는 경우에 한해서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노선영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 1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결과 당시 김 보름을 제치고 1위로 이번 시즌 월드컵 출전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월드컵 시즌 개막 이후 시즌 막바지 3, 4차 대회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인 노선영은 결과적으로 개인종목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32위에는 들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 선영은 지난해 12월 경 시즌이 마무리 된 즉시 빙상연맹 관계자와 대표팀 지도자들을 통해 단체종목인 팀추월에는 출전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당시 대표팀 코치는 "개인출전권이 없어도 팀추월 단체종목 출전은 가능하다"며 해당 사실을 빙상연맹 관계자에게도 확인했다고 노선영에게 전했다. 더욱이 노선영은 12월 월드컵 랭킹에서 최종 올림픽 개인종목 출전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은 예비 엔트리 후보 2명 안에 드는 상위권 순위를 유지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개인종목에서 한 국가당 3명 이상 출전이 불가능하 다. 한 나라에서 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상위권 순위에 중복해서 포함되어 있을 경우 출전권이 자동적으로 쿼터를 채우지 못 한 국가의 예비 엔트리 선수에게 우선 부여된다.

빙상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빙상연맹측은 평창올림픽 출전선수 최종엔트리를 정하는 1월에 네덜란드 등 빙상 강국 선수들의 개인종목 출전 숫자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티켓이 예비엔트리 후보선수에게 우선 돌아가 기 때문에 노선영 또한 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개인종목 출전자격도 무난히 획득할 것이라 내다봤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노선영은 결국 최종 출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평창올림픽 개인종목 출전이 무산됐다.

출전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선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빙상연맹의 '안이 한' 행정처리가 또 한 번 선수의 꿈은 물론 대표팀의 경기력까지 볼모로 잡았다는 점이다. ISU 규정상 개인종목 출전자격이 없는 선수는 단체종목인 팀추월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고 선수에도 전달하지 않았 다. 빙상연맹은 대회 개막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에서야 최종적으로 출전불가 사실을 확인해 선수에 통보했다.

사실 확인 결과 "선수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타진했고 정확한 출전여부도 그런 이유에서 늦어지게 됐다"는 것이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백철기 감독의 입장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을 약 보름 앞두고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출전불가를 통보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팀 운영이다. 맹목적인 열정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수단 운영과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실질적으로 대표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종목을 막론하고 자명한 사실이다.

노선영은 SBS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종목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시즌을 마치고 바로 국가대표 팀 코치에게 단체종목인 팀 추월은 출전이 가능한지 문의를 했었다. 당연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죽을 힘을 다 해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출전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며 울분을 토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빙상연맹측 관계자들의 태도다. 연맹측은 이달 초인 12일, 평창올림픽 전초전으로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 최종리허설'이 한창이던 전국 동계체육대회 현장을 찾아 노선영에게 1차적으로 '올림픽 출전불가'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1월 초 열린 동계체전은 대회 개최국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종목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평창동계올림픽 무대를 위해 마지막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노선영은 이 대회에서도 개인 1,500m 종목에서 김보름 등 대표팀 내 유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2분3초86의 기록으로 금메달 을 목에 걸어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왔다. 그러나 정작 현장을 찾은 빙상연맹 관계자는 '개인출전 자격이 없어서 올림픽에는 못 나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수의 사기를 꺾었다. 대회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종목인 팀추월 메달 가능성만을 바라보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오던 노선영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노선영은 SBS스포츠와 계속된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나갈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대회 직전에 들었다. 이미 그때부터 너무 혼란스러웠다"며 공중분해 된 메달 꿈에 눈물서린 아쉬움을 감추지 못 했다. 결과적으로는 규정상 노선영의 출전자격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도 ISU가 사전에 명시한 관련규정 조차 준비 단계에서 선수 개인에게 철저히 주지시키지 않은 연맹의 처사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선수 개인에게는 평생에 한 번 나가기 힘든 올림픽 무대 준비를 정작 대표팀 성적과 선수단 운영에 대한 책임과 직결되는 관련 단체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뒷짐만진 채 지켜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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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결과 노선영의 출전이 무산되면서 우리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팀은 팀추월 종목 메달 도전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개인출전 자격을 획득한 또 다른 스피드 국가대표팀 김보름, 박지우가 노선영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만큼 출전선수 가 갑작스레 변경될 경우 조직력이 중시되는 팀추월 종목의 경기력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아 무리 메달 밖이었다고는 해도 팀 운영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진 점까지 부인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한 빙상연맹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하며 "팀추월 출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지만 당장 대체 선수발탁도 쉽지는 않다. 현 상황에서는 개인종목 1,000미터와 500미터 출전자격을 획득한 박승희 선수가 후보로 검토될 가능성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래저래 팀 분위기는 흔들리고 경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대안이나 현실적인 선수단 운영에 대한 철저한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의 구태의연한 행정을 반복하고 있는 빙상연 맹. 날벼락 같은 '올림픽 출전불가' 통보를 받은 노선영은 지난 2016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노진규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동생의 아쉬운 죽음을 가슴에 새기고 현역 마지막 올림픽을 꿈꾸던 한 국가대표 선수의 땀과 눈물은, 다른 곳도 아닌 자국 올림픽 무대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게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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