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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잠꼬대 하거나 몸부림치면 파킨슨병 걸릴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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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는 동안 잠꼬대를 하거나 몸부림을 치는 등 꿈 속의 행동을 실제로 옮기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훗날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퇴행성 질환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김종민 신경과 교수와 배윤정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뇌 MRI검사를 통해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파킨슨병 진행 여부를 예측해본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60%에서 이상(특별) 소견이 발견됐으며, 이들의 파킨슨병 발병 확률이 일반 환자 7.13배에 달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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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신경과 교수, 배윤정 영상의학과 교수(사진 왼쪽부터)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파킨슨병은 몸이 굳어가고 손발이 떨리며 잘 걷지 못하는 증상과 함께 우울, 불안감이 함께 동반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이 병이 발견된 지 200여년이 넘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세계 연구에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50% 이상이 몇 년 이내에 파킨슨병을 앓게 된다는 것이 보고됐다. 이에 김종민, 배윤정 교수 연구팀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중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파킨슨병으로 진행할 지를 파악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예측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4월 사이에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18명, 파킨슨병 환자 18명, 비질환자 18명에게 동일 기간에 각각 MRI 검사를 실시하고 향후 약 2년 간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진행하는지 여부를 추적했다.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에 촬영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뇌 MRI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2년 후에 파킨슨병으로 발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파킨슨병으로 진행하지 않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7명의 경우 아무 질환도 없는 건강한 사람(비질환자)과 동일하게 뇌 MRI 사진에서 하얗고 둥그스름한 부분으로 흑질 구조물(nigrosome)이 발견됐다.

하지만 1~2년 후 파킨슨병으로 발전하게 되는 환자 11명의 경우 파킨슨병 환자 18명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이 나타나지 않는 특별 소견을 보였다. 2년 동안 추적한 결과, 처음에 이런 특별 소견을 보인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파킨슨병을 앓게 될 확률이 7.1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연구를 진행한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무려 60%에서(18명 중 11명) 이러한 특별 소견이 나타나 경각심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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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렘수면행동장애환자(왼쪽)와 파킨슨병 이 예견되는 렘수면행동장애환자(오른쪽)의 뇌 MRI 이미지 비교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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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정 영상의학과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그저 잠버릇이 사나운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간단하고 부작용이 없는 MRI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 진행 여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 만큼,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종민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를 미리 예측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할 수 있게 돼 의미가 크다”며 “향후 MRI 검사 기술이 보다 발전해 렘수면 행동장애에서 파킨슨병으로 발병, 진행되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면 파킨슨병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근본적인 치료 및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렘수면 행동장애가 파킨슨병으로 발전할지 MRI 검사를 통해 예측한 연구결과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이번 논문은 영상의학 분야에서 인용도 1위인 영상학(Radiology) 저널에 실려 세계적으로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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