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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크리스마스 섬'의 역설…해변 쓰레기 사이에서 알 낳는 바다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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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밀려든 각종 쓰레기 더미에서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려는 어미 거북과 새끼 거북 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보는 이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12월, 대만의 생물학자 류환창은 인도양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섬(Christmas Island)에 갔다가 모래사장에 밀려든 쓰레기 더미에서 알을 낳고, 깨어난 새끼와 바다로 돌아가는 어미 바다거북(green turtle)을 발견했다.

신발, 물병 등 온갖 쓰레기가 가득한 해변에서 어미는 알을 낳기 위해 끊임없이 흙을 파냈다. 더미를 파헤치는 네다리가 어쩐지 애처롭다. 영상은 알에서 부화한 새끼 거북이 쓰레기를 넘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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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몰려든 쓰레기 사이에서 알을 낳는 바다거북. 영국 BBC earth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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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헤치고 바다로 가려는 새끼 거북. 영국 BBC earth 영상 캡처.


애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거북을 본 류씨는 직접 바다로 그들을 데려다줬다고 대만 빈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해변에 밀려든 쓰레기를 보고 놀랐다면서 그는 야자집게(coconut crab) 등을 연구하러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크리스마스 섬을 다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BBC가 페이스북에서 앞선 11일 공개한 영상은 23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조회수 1380만건을 돌파했다.

대다수 네티즌은 류씨의 영상을 보고 바다생물이 처한 위험을 간접적으로 느꼈다며 그의 노력을 칭찬했다. 바다 쓰레기가 거북을 비롯한 여러 생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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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earth 영상 캡처.


하지만 “영상 찍을 돈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게 어떻겠느냐” 등의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류씨는 해당 댓글 아래에 “영상을 촬영한 생물학자”라며 “섬 주민들이 쓰레기를 자주 치우지만 바다에서 각종 쓰레기가 계속 몰려와 해변에 쌓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바다 생물과 원활한 연구를 위해서도 섬에 방문할 때마다 쓰레기를 치운다”며 “처음에 대만 매체에 제보했던 영상이 BBC를 타고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많은 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힌 류씨는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지적하려면 그 배경을 먼저 살펴보길 바란다”며 “온라인에서의 불필요한 싸움에 힘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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