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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태극 봅슬레이’ 썰매는 라트비아 제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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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 현대차 제작품 대신 결정

차체 높고 몸체 얇아 코너링 유리

‘마의 9번 코스’서 차이 두드러져… 4번 주행 일정한 기록도 판단 잣대

동아일보

평창에서 탈 썰매를 놓고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썰매와 라트비아산 썰매인 BTC로 저울질하던 한국 남자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결국 BTC를 타고 올림픽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이 같은 결정이 담긴 보도자료를 22일 배포했다. 굽이진 구간이 많은 평창 슬라이딩센터에는 코너링이 더 쉬운 BTC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연맹은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는 남자 대표팀은 BTC를 쓰는 대신에 여자 대표팀은 현대차 썰매를 쓸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은 두 썰매의 기록이 비슷한 상황에서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해왔다. 현대차는 2014년 9월 국가대표 썰매 제작지원 협약을 맺은 뒤 썰매를 자체 제작해 2015년 10월 한국 대표팀에 전달했다. 이듬해 1월 현대차 썰매로 테스트 주행을 마친 대표팀은 BTC를 탔을 때와 주행 기록을 비교해 왔지만 그 차이는 0.1∼0.2초를 넘지 않았다.

최종 결정은 올해 1월 초부터 평창에서 트랙 적응 훈련을 해왔던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창 트랙에서 썰매 종목의 승부처가 될 ‘마의 9번’ 구간에서의 활용도와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이 가장 결정적인 기준이었다.

봅슬레이 썰매는 크게 보디(차체)와 섀시(골조), 러너(썰매날)로 구분된다. 여기서 보디의 앞부분을 카울링이라고 하는데, BTC는 이 부분이 현대차보다 약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현대차와 비교해 차체가 높고, 몸체는 얇은 BTC가 코너링에 더 유리했다. 반면 현대차는 직선 구간에선 BTC를 능가하는 기록이 나왔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은 “1월부터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BTC와 현대차의 썰매를 비교 분석한 결과 마의 코스로 불리는 9번 코스에서 BTC를 탔을 때 선수들의 실수가 더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 코스는 벽이 높고 코너가 짧아 지난해 2월 평창 테스트 이벤트 때 전복 사고가 속출했던 곳이다. 직선 구간에서 강점을 보이는 현대차보다는 올림픽에서 승부를 가를 9번 코스에서 선수들이 안정적인 기록을 내는 BTC가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 총감독은 “10번을 주행하면 현대차로는 다섯 번을 벽에 부딪쳤고 BTC는 두 번 그랬다”며 “여기 말고도 굽이진 구간이 많은 평창 트랙의 특성상 선수들이 코너링이 더 쉽다고 보는 BTC를 올림픽 썰매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일정한 주행 기록을 내느냐도 판단의 주요 잣대였다. 올림픽에선 총 4번 주행을 해서 그 합산 기록을 내는데, 그 네 번 모두 비슷한 기록이 나와야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BTC는 연습 기간에 현대차보다 더 일정한 기록을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원윤종(파일럿)-서영우(브레이크맨)를 비롯해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BTC를 줄곧 사용해왔다”며 “이에 따라 다루기에 더 익숙한 BTC를 탔을 때 평창 트랙에서 안정적인 주행 기록이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표팀이 내린 결단을 받아들였다. 현대차는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생소하던 봅슬레이가 국민적 관심을 받기까지 급성장해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모두가 좋은 성적을 얻어 한국 봅슬레이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대차는 2014년부터 썰매뿐만 아니라 대표팀의 외국인 코치 비용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김재형 monami@donga.com·임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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