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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물 먹는 하마 변기’ 바꾸고 물값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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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

중앙일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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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물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듣는다. 관악캠퍼스와 연건캠퍼스 두 곳에서 사용하는 물 사용량이 1년에 220만t(2016년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물을 많이 사용하는 기관이라서다. 용산구 전체 주민이 한 달 이용하는 양과 맞먹는다.

이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화장실’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효과가 엄청나요.” 지난 19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한무영(62·사진)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2년 전 학교 당국에 “화장실의 S자형 변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 교수는 “S자형은 모양상 필연적으로 물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외국에선 일자형과 공기 흡입식 등 다양한 변기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물을 아끼려는 관념이 별로 없기 때문에 S자형만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교수가 측정했더니 배수구가 S자형인 변기는 한 번 물을 내릴 때 약 12L가 사용됐다. 한 교수는 이를 한 번에 약 4.5L 드는 일자형으로 교체하자고 했다.

서울대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상반기에 관악캠퍼스 변기 500대를 일자형으로 바꿨다. 전년 대비 물 사용량은 4.8% 감소했고 약 8670만원이 절감됐다. 한 교수는 “수천 대에 달하는 서울대의 변기 전부를 교체하면 엄청난 양의 물을 줄일 수 있다”며 “교체 공사 비용까지 고려해도 1년이면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을 아낄 수 있는 어려운 방법을 찾으려 하지 말고 이렇게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에도 서울대는 약 200대의 변기를 일자형으로 바꾼다.

S자형 변기는 1775년 영국에서 수세식 변기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사용됐다. 변기와 긴 S자형 관에 물이 꽉 차면 일시에 물이 내려가는 ‘사이펀 원리(Siphonage)’를 이용한 것이다. 긴 관의 물을 거치면서 악취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BBC월드서비스는 지난해 ‘현대 경제를 가능하게 한 50가지 발명품’의 하나로 이 변기를 뽑기도 했다.

하지만 한 교수와 서울대 행정팀은 일자형 변기로 교체한 이후 악취 문제나 수압 때문에 변기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례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미국 환경보호청 홈페이지에 가보면 4L 이하의 물을 사용하는 변기 모델 소개가 3000건이 넘는다. 4.8L 이상 모델은 아예 소개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전체 물 사용량의 25%가 변기에서 사용된다”며 “‘물부족 국가’라고 말은 하면서 아무도 물을 아끼려고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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