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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 문재인 대통령'지목하며 '국제 약속'거론한 아베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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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이익 공유하는 국가'란 표현도 빼

아베의 관심은 온통 개헌 "메이지 정신으로"

일본 외상은 외교연설서 5년째 "독도는 일본 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약속, 서로의 신뢰 축적 위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우리의 정기국회 대통령 시정 연설에 해당되는 통상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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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정방침연설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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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이날 읽은 전체 1만1684자 분량의 연설문 속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할애된 건 불과 60자 정도였다. 그 작은 분량 속에서도 굳이 ‘양국 간 국제 약속’이라는 단어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 집어넣은 건 위안부 합의 갈등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에 합의 이행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총리 관저의 관계자는 ‘국제 약속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안부 합의를 포함한 여러 국제약속"이라고 답했다.

2013년 이후 아베 총리가 했던 시정방침연설의 한국 관련 부분은 모두 ‘한국은~’으로 시작했지만 올해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이었다. 이를 두고도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반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 총영사관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었던 지난해에도 아베 총리는 연설문에 ‘전략적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표현을 집어넣었지만 올해엔 빠졌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양국 관계가 어떻게 출렁이느냐에 따라 연설 내용을 조금씩 바꿔왔다. 2012년 12월 재집권 직후였던 2013년엔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로, 21세기에 맞는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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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정방침연설을 위해 이동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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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4년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이란 표현이 2015년엔 사라졌다.

이후 2016년 연설과 2017년 연설에선 그나마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이란 표현을 썼다가 이번엔 모두 빠진 것이다.

이런 ‘한국 홀대’기조와는 달리 아베 총리는 중국엔 우호적이었다. "일본과 중국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큰 책임을 갖고 있는 끓을래야 끊을수 없는 관계"라고 했고,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밀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대국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우호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아베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호 방문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미국에 대해선 "전례없이 강고한 동맹관계","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신뢰를 기초로 어떤 과제에도 함께 맞서나갈 것" 이라고 했다.

이날 아베 총리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건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였다. 연설문은 도쿄제국대학 총장을 지낸 야마카와 겐지로(山川健次?·1854~1931)로 시작해, 치수와 삼림 조성을 했던 사업가 긴바라 메이젠(金原明善·1832~1923)으로 끝났다. 메이지 유신 150년을 맞아 그 시대의 인물들의 활약을 강조하면서 아베 총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가 넘치는 일본을, 여야를 초월해 모두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50년,100년 앞 미래를 바라보고 각 당이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을 담은 구체적인 헌법안을 국회로 가져와 개헌을 전진시키자"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안보환경이 전후 가장 엄중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안보정책의 근간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라며 "종래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방위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미사일 요격 체계인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와 스탠드 오프(Stand-offㆍ원거리 순항)미사일 도입 계획을 직접 언급했다. 스탠드 오프 미사일은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제 공격이 불가능한 ‘전수방위’원칙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전수방위는 당연한 대전제"라고 했다.

◇외상은 5년째 "독도는 일본땅"=고노 다로(河野太郞)외상은 아베 총리의 연설에 이은 ‘외교 연설’에서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에 대해서는 일본의 주장을 확실히 전하고 끈기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자를 합치면 5년째 똑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 ‘최종적이고 불가역적’해결임을 확인한 약속"이라며 "일본 측은 모든 걸 성실히 실행하고 있으니 한국 측도 책임을 갖고 착실히 실행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고노 외상의 독도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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