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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 ‘셧다운’이 본격화되면 박물관이 문을 닫는다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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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미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한겨레

2017년 11월 5일 일본 요코타 공군 기지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 백악관 공식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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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0시(현지시간)를 기해 미국 연방정부가 업무 대부분을 정지하는 ‘셧다운’에 들어갔습니다. 1974년 ‘의회 예산법’이 만들어진 이후 19번째 셧다운입니다. 이 제도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셧다운의 의미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한겨레>의 ‘더(the) 친절한 기자들’에서 이번 미국 셧다운이 일어난 이유부터 그 효과까지 정리해봤습니다.

■ ‘셧다운’ 이 뭔가요?

미국 법은 정부가 쓸 돈을 정하는 세출 예산안이 반드시 상원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권력 분립의 한 수단이죠. 행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을 토대로 상하원은 매년 10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회기로 하는 다음 해의 예산안을 편성하고 최종적으로 상원에서 이를 승인합니다. 정부가 쓰는 돈을 의회에서 꼼꼼하게 살피고 승인해 주는 격으로 이는 의회의 고유 권한입니다.

이때 상원이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정부는 ‘재정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군인, 경찰, 소방, 교정 등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필요한 최소 인원만을 남기고 모든 공무원은 가택 대기 상태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회기 때마다 셧다운이 일어나면 안 되기에 ‘임시 지출 예산’ 또는 ‘잠정 예산안’이라는 안전 장치가 있습니다. ‘전년도에 쓰던 대로 일단 쓰자’는 데 의회가 합의해 주면 연방 정부의 업무는 전년도 예산의 틀에 따라 계속됩니다. 지난해 10월 1일 전에 합의에 도달했어야 할 2018년도 예산안 역시 세 차례에 걸친 ‘임시 지출안’이 통과되며 미뤄져 왔습니다. 1월 19일은 이 세 번째 안이 종료되는 날이었습니다.

■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미 상원은 19일 밤 10시 본회의를 열어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예산의 연장안을 놓고 표결했으나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의결정족수(60표)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번 셧다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 건 ‘다카 제도’(불법체류청소년 추방유예제도,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의 폐지 여부였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제정한 이 행정명령은 16살 이전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뒤 5년 이상 거주하고, 재학 중이거나 취업 중인 31살 미만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고 있습니다. 2년마다 허가증을 갱신하면 외국 청년들의 미국 내 교육과 노동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제도지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이 제도의 연장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올해 3월 5일까지 6개월의 유예기한을 뒀습니다. 민주당은 이 다카 제도에 준하는 수준의 보완 입법을 주장하며 이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시켰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공화당은 “일단 셧다운부터 막고 나중에 얘기하자”는 입장입니다. 백악관은 표결 직전까지 “다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셧다운 문제만 해결되면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백악관이 ‘말을 바꾸며 지연 정책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1월 21일 상원 의회에서 셧다운 직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멕시코 장벽을 세울 돈을 제안했었다고 밝히는 척 슈머 상원의원. 사진 케이블뉴스네트워크(CN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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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밑 협상의 실패

셧다운에서 더 중요한 건 표결이 있기 전에 진행된 ‘물밑 협상’일 수도 있습니다. 다카 제도의 존속 여부와 맞물려 협상 테이블에서 무게의 균형을 맞추는 쟁점은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이슈입니다. 이 두 개의 카드를 들고 민주당은 트럼프를 만났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19일 상원 표결이 있기 전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 옆 서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슈머 의원은 높은 수준의 국방비 예산에 동의하고, 미국 남쪽 국경 거대한 장벽을 세우는 자금을 국가 연방 예산으로 지원할지를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대신 트럼프는 ‘이민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오게 된 청년들’을 지원할 것으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말을 바꿨습니다. 슈머 의원은 둘 사이의 회동에서 얘기한 예산 연장 기간은 사나흘이었으나 이후 트럼프가 ‘유예 기간을 3~4주로 늘리라’는 등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슈머 의원은 “대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라고 한탄했습니다.

물밑 회동이 실패하고 나자 서로에 대한 비난만 남게 됐습니다. 슈머는 “백악관과 협상하는 것은 ‘젤로’(디저트용 젤리)와 협상하는 것과 같다”며 “이번 셧다운은 트럼프 셧다운”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역시 같은 날 “민주당 셧다운”, “슈머 셧다운”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맞섰습니다.

■ 예상되는 경제적 피해는?

미국인들은 자국 연방 정부를 “인류가 만든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2013년 10월 1일 셧다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노동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렇게 시작합니다.

“헌신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미합중국의 고용인 여러분께. 연방정부는 2백만 명의 시민과 50개 주 그리고 전 세계에 있는 140만 명의 현역 장병을 고용한 미국 최대의 고용주입니다. 그러나 의회는 새 회기가 시작되기 전에 예산안에 대한 합의를 충족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 정부 업무 대부분을 오늘로부터 중지해야 합니다.”

실제로 연방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기구체입니다. 2017년도 미국 연방 예산안을 살펴보면, 2016~2017년 연방 정부의 총 예상 지출은 약 4조1470억 달러(4434조 8000억원)입니다. 이 거대한 기구가 문을 닫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지난 2013년 오바마 행정부가 16일 동안 셧다운을 했을 때 최대 85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으로 쉬어야 했으며 이들의 휴가를 연일로 계산하면 총 660만일에 달합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기간 200억 달러의 피해가 초래됐으며 4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0.5%p 하락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지난 20일(현지시간) 새벽 0시를 기해 시작한 셧다운은 22일이 되어서야 효력을 발할 예정입니다. 이틀 동안은 주말이었기 때문입니다. 22일 정오(한국시간 23일 오전 2시) 상원에서 다시 표결하기로 했으니 아직 실질적 셧다운은 시작되지도 않은 셈입니다.

셧다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선 타격을 받게 될 건 미국에 관광을 가 있는 한국인들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립공원과 박물관 등이 문을 닫기 때문에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미 국립공원관리청 관할인 자유의 여신상이 문을 닫은 일은 상징적이었습니다. (이후 뉴욕시가 운용자금을 대겠다고 나서 재개장 하기로 했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일반적인 대사관의 업무 역시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미 국무부는 “국외공관에 예정된 비자 및 여권발급 업무는 계속된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셧다운이 장기화 될 경우 취업·유학 비자를 받는 일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과거 보도를 보면, 주한 미국 대사관은 1995년 셧다운 때 비자발급 업무를 일시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장 불안한 건 이슈의 중심에 선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들입니다. 이들은 셧다운 그 자체 보다는 논쟁의 중점이 된 다카의 존속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출신의 이민자 역시 성공의 꿈을 계속 꾸게 해줬다는 의미로 ‘드림’ 제도로 불리는 다카 제도의 수혜자입니다. 미 이민국(USCIS)의 발표를 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이 제도의 수혜를 입고 있는 청년은 모두 68만9800명입니다. 멕시코가 약 55만명으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중 7310명이 한국 출생으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페루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셧다운의 촉매가 된 미국 다카 제도의 향방에 따라 우리 국민 7000여명의 운명도 갈릴 예정입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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