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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안봉근·정호성 "최순실, 조용한 헬퍼"…진술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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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고개숙인 안봉근


뉴시스

증인 출석하는 정호성


둘 다 "최씨는 뒤에서 조용히 朴 챙겼을 뿐"

문건 의견 , 보고 등 부자연스런 모습 투성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제가 아는 최순실씨는 저희가 못하는 부분들을 뒤에서 조용히 챙기는 사람이고…"(정호성)

"(최순실에 대해)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안봉근)

지난 16일과 22일 박근혜(66) 전 대통령 재판에 연이어 증인 출석한 정호성(50)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안봉근(53) 전 제2부속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 중 나온 그들의 증언 속 행간에서는 최씨를 그저 '조용한 개인 조력자' 수준으로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나타났다.

지난 109차 재판 증인석에 앉은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보내준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저 "최씨 의견도 들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자신이 '이 뜻을 헤아려서' 일을 하려다보니 과도한 행동(문건 유출)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선변호인이 "정유라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달라"는 최씨 부탁을 박 전 대통령이 거절한 사례를 제시하자 "제가 아는 최씨는 여성, 독신 이런 대통령의 특수성 때문에 저희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들을 뒤에서 조용히 챙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최씨 공소장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 전 비서관이 말한 '저희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의 대표적인 예는 대통령의 옷이다. 그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 만나러 청와대 들어온 이유가 뭐냐"고 묻자 "주로 옷 관련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정 전 비서관의 증언은 결국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유리한 내용이다. 자신도, 박 전 대통령도 최씨에게 속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과 관련해 이와 선뜻 어울리지 않는 증언을 했다.

그는 국선변호인이 "증인이 문건을 보내면 최씨가 보느냐"고 묻자 "안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대답했다. 이에 국선변호인이 "그럴 땐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제가 빨리 보라고 문자도 넣고 그랬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이 문건 건건이 최씨 의견을 들으라고 지시한 적도 없었고, 남자 참모들이 하기 힘든 의상 정도나 주로 챙기는 사람이 응답도 없는데 굳이 재촉까지 해가며 의견을 들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엇박자'는 22일 증인으로 나온 안 전 비서관에게서도 나왔다.

그는 "정 전 비서관이 지난 재판에서 최씨에 대해 '대통령 뒤에서 조용히 돕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증인이 볼 때 최씨는 대통령에게 어떤 존재였나"라고 국선변호인이 묻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안 전 비서관에 따르면 최씨는 관저에서 비서관들이 업무보고를 할 때 왔다갔다 한 적이 많았다. 자신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최씨가 와 있었고, 나갈 때도 최씨는 그대로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전 비서관은 "부적절하다기보다 뭐 잠깐 챙기러 왔나보다 그 정도로 생각했다"며 "보고에 집중하다 보니까 거기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나가라고 한 적 없냐"는 검찰 질문에는 "들어본 적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일반 기업에서도 사장실에서 임원이 업무보고를 할 때 외부인이 자유롭게 들락날락거리거나 옆에 머무는 건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두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을 뒤에서 조용히 도운 사람"이라고 했지만, 최씨가 이와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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