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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남 부동산 대책의 역설]강남 부동산 때리는데 강남이 웃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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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해에 이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상가에 부동산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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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남 아파트 규제가 되레 집값을 자극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달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해 첫 주만 하더라도 강남, 송파, 양천 등 재건축 이슈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0.33% 올랐다. 1월 첫 주 상승 폭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보유세 개편 등의 예고에도 시장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언급한 재건축 연한 조정 역시 향후 새집 공급이 부족해지면 이미 사업을 추진 중인 강남권 재건축에만 희소성을 더해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잡혀야 할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에는 반사이익이 생기고 비강남권을 비롯한 전국 재건축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과 안전진단 강화 검토에 대해서는 주요 강남권 재건축 가격을 오히려 올리는 역효과가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는 117곳이다. 이 가운데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는 76곳으로 65%에 달한다. 대부분 재건축 추진 절차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들이다. 특히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준공 40년을 대부분 채운데다 각각 안전진단, 구역지정, 조합설립인가 등이 통과된 상태다. 희소성 부각으로 몸값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준공 40년이 넘은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매물을 거둬 들이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일대 A공인 대표는 "(잠실주공5단지는)올해로 40년차가 되기 때문에 연한이 늘어나면 더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이미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가 위치한 대치동 B공인 관계자 역시 "재건축 연한 강화 이슈에 가뜩이나 없던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며 "호가가 며칠새 5000만원씩 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정부 조정에 따라 서울에서 재건축이 가시권에 있는 1987~1991년 준공 아파트 24만8000가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강남 3구 소재 아파트는 14.9%인 3만7000가구에 불과하다. 강동구를 포함해도 20% 미만이다. 결국 80% 이상인 비강남권이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의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재건축 연한이 과거와 같이 최장 40년으로 늘어나면 송파구 올림픽선수촌ㆍ올림픽훼밀리타운, 서초구 삼풍아파트, 강남구 미성2차, 노원구 상계주공 6ㆍ9단지 등 1988년 준공돼 올해 30년이 된 서울 아파트 7만5000여가구는 4년 뒤인 2022년에야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40가구)는 당초 올 상반기 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하반기 정비계획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업 일정이 틀어질 변수가 발생했다.

1985년에서 1988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된 목동신시가지 1~14단지(2만6629가구)는 올해 모든 단지가 준공 30년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한 곳도 없는 상황. 해당 단지 주민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강남 투기 수요 잡기 규제가 공급 악화에 따른 가격 재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강남 집값 상승은 결국 공급 부족 때문인데 최근 정부 규제정책은 강남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어 문제"라며 "재건축 허용 연한을 늘리는 것은 서울 주택 공급을 줄여 집값을 더 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건축 허용 연한 강화와 안전진단 강화 검토로 큰 피해를 받는 지역 중 하나가 목동인데, 일부 이 지역 수요가 강남으로 들어오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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