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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결국 점검단 보냈지만 … ‘한밤 파견 중지’ 이유 안 밝힌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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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못 간다” “간다” 33시간 혼선

김정은의 치적 마식령스키장 등

잇단 비판 보도에 불만 표출한 듯

통일부 “비판 자제를” 언론에 요청

북한 5시간 뒤에 “보내겠다” 통보

노동신문 “비인기 대회 우리가 구원”

중앙일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강릉아트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삼지연관현악단 등 140여 명의 북한 예술단은 평창올림픽 기간 서울과 강릉에서 두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북한의 삼지연악단 단원들은 대부분 평양음대 출신으로 주로 클래식을 연주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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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대표로 한 북측 사전점검단의 방한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당초 북측은 19일 오전 10시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20일 오전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전화 통지문을 보냈다. 남북이 이들의 방한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던 중 북측은 이날 오후 10시 돌연 “내일로 예정됐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파견을 중지한다”고 알려왔다. 그러다 20일 오후 6시40분 북측은 갑자기 “21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파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북한이 점검단 파견을 ‘중지’하겠다고 하자 우리 정부는 20일 오전 11시20분 북측에 입장이 바뀐 사유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점검단이 방한해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21일 오후까지 북측의 공식 답변은 없다. 이에 대해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위원은 “우리 애를 태워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전형적인 북한식 행태”라고 비판했다. ‘파견 중지’에서 ‘파견 재통보’까지 20시간40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고 존엄 모독 때문?=일각에선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일부러 일정을 하루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깨지면 문재인 정부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그 약점을 노리고 심리적 흔들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시점으로 볼 때 북측이 남측의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언론들은 21일 “악선전이 도수를 넘고 있다”며 남측 언론들을 강력 비난했다. 우리 언론에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에 대한 20·30세대의 반발, 마식령 스키장 남북공동 훈련에 대한 비판적 여론들을 잇따라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실제로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과거 북측은 우리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강하게 한 적이 있다”며 “일부 언론 등에서 과도하게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당국자의 ‘추측성 보도 자제’ 요청 뒤 5시간여 만에 북측은 입장을 바꿔 사전점검단을 다시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의 결정은 오류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김정은이 공들여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에 대해 한국 언론들이 비판하자 최고지도자에 대한 모독으로 여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방문한 응원단이 이동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비에 젖은 모습을 보고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최고지도자를 신격화하는 부분은 한국 국민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덧붙였다.

◆공연 비용 내나=북측 예술단의 시설 점검이 진행되면서 공연과 관련한 비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에 대한 대가가 있는지, 공연을 유료로 진행하는지 등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측 예술단의 체류비나 교통편을 남측이 제공하는 건 맞지만 공연 대가는 없을 것”이라며 “입장료 등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과거 공연 때도 우리가 대가를 제공한 적은 없다. 이번에 입장료를 받더라도 이는 북한에 주는 돈이 아니라 우리 측 시설이용료 성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정세 악화로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겨울철 올림픽 경기 대회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는 데 대해 (남조선 각계가)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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