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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트렌드, yes or no]⑦ 올겨울 거리 점령한 '귀도리'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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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복고풍 패션 트렌드 타고 등장

혜리부터 워너원까지, 유튜브엔 영상 수 백 개

남녀 448명 설문 결과, "귀엽다" vs "유치해"

계절마다 새로운 유행이 나타난다. 하지만 요즘 대중은 멋쟁이들의 앞서가는 스타일에 무조건 혹하는 건 아니다. ‘트렌드 Yes or No’는 대중적 눈높이에서 판단하는 코너다. 떠오르는 트렌드 중 호불호가 갈릴 만한 옷·액서사리·스타일링 등을 대상으로 삼는다. 당신의 취향은 어느 쪽인가. 이번엔 ‘귀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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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트렌드가 된 귀도리. [사진 어썸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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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거리 점령한 ‘귀에 감는 목도리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린 올 겨울엔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담요 스카프, 털모자, 패딩부츠 등 방한용 패션 아이템들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 국내 패션계에는 독특한 물건이 하나 등장했다. 바로 ‘귀도리’다.

'귀도리'란 이름부터 생소한 사람이 많다. 귀도리는 니트나 인조모피로 만든 귀마개의 한 종류다. 머리에서 시작해 귀를 둘러 턱 밑에서 끈으로 묶는 형태로, 목도리처럼 귀에 감는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신조어다. 다른 말로 '이어 머프'(ear muff)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귀마개란 의미일뿐, 형태는 오히려 우리의 전통 방한용품인 ‘볼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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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혜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귀도리 착용 사진. 이 게시물은 17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사진 혜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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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김무비' 김영화양이 올린 귀도리 제작 영상은 44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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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한 어린이에게 한복 볼끼를 채워주고 있는 개그맨 장도연. [사진 일간스포츠]


2016년 겨울 복고 바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귀도리는 요즘 10대부터 시작해 30대 직장인까지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연예인은 물론이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귀도리 영상과 사진이 넘쳐난다. #귀도리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수는 인스타그램에만 3만 개가 넘는다. 모두 자신이 직접 만든 귀도리나 직접 착용한 모습을 찍어 올린 사진들이다. 걸스데이 혜리 역시 얼마 전 귀도리를 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17만 개에 달하는 ‘좋아요’를 받았다. 간단한 제작 방법에 귀도리 제작 영상도 인기를 끈다. ‘김무비’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고생 유튜버 김영화(20·비디오빌리지 소속) 양이 만든 귀도리 제작 영상은 44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헤어웨어 전문 브랜드 '어썸니즈'가 내놓은 니트 귀도리는 2017년 11월 출시 직후 다 팔려나가 두 차례에 걸쳐 리오더를 진행했다. 니트 귀도리를 내놓은 또 다른 브랜드 '코드'의 최희령 디자이너 역시 "다른 계절에 비해 꾸미기 힘든 겨울철에 기능성·패션성을 모두 갖춘 겨울 액세서리"라며 "귀여운 이미지를 내면서 특히 복고풍 패션에도 잘 어울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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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리를 한 워너원 박지훈(왼쪽)과 세븐틴 우지. [중앙포토,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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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스러운 느낌의 액서사리지만 사용자가 여성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남자 아이돌들도 귀도리를 착용하고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워너원 박지훈은 지난 1월 11일 한 제과회사가 연 팬사인회에서 핑크 귀도리를 착용해 화제가 됐고, 세븐틴 우지 역시 2017년 12월 목동에서 열린 팬사인회에서 팬이 선물한 니트 귀도리를 그 자리에서 직접 둘러 보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남자가 더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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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리는 보온용 액세서리인 동시에 귀여운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일석이조 아이템이다. [사진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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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리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은 어떨까. 10~50대 남녀 448명(남자 216명, 여자 232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었다. 조사에는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사용했다.

일단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7%(236명)가 ‘좋아 보인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좋지 않아 보인다’ 고 답한 사람은 25.7%(97명)에 그쳤다. 나머지 25.7%(115명)는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건 호감을 표현한 남성의 수나 비중이 여성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여성 응답자 232명 중 45.7%(106명)만이 귀도리에 호감을 나타낸 반면, 남성은 응답자의 60.2%(130명)나 귀도리에 호감을 나타냈다.

호감의 이유는 남녀 모두 ‘보온성이 좋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이유를 말한 236명의 응답자 중 53%가 ‘따뜻해 보인다’ ‘보온이 잘 될 것 같다’ 등의 보온 효과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다음으로는 ‘귀엽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서도 남성의 응답 비중이 32.3%로 여성(20.7%)보다 10% 이상 높았다. 이외 소수 의견으로는 ‘얼굴이 작아 보인다’ ‘머리 손질에 신경 안 써도 된다’ ‘복고 트렌드에 잘 맞는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비호감의 이유는 남녀가 서로 달랐다. 남성이 귀도리에 비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촌스럽다’가 응답자의 37.3%로 가장 많았다. 이에 반해 여성은 ‘어린이용 아이템’(39.1%)이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직장인 김수진(32)씨는 “귀여운 이미지가 있지만 어린이에게나 어울리는 액세서리로 보여 직접 하긴 부담스럽다"며 "대학생 정도라면 도전해봤을 것 같은데 직장인이 하기엔 유치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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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에서 귀도리를 하고 나온 배우 이수민의 모습. [사진 막돼먹은 영애씨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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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직접 귀도리를 해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43.5%(195명)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질문에서 역시 답한 남성의 수(102명)가 여성(93명)보다 많았다. 여성성이 강한 액세서리로 보이지만, 남성도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템이란 의미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형진(42)씨는 “따뜻할 것 같고 또 원래 자기 얼굴보다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며 “시골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고루한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패셔너블한 느낌이 나는 귀마개라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 응답자의 52.8%는 여전히 ‘남성적인 아이템이 아니라서’ ‘쑥스러워서’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이유로 귀도리를 착용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복고풍 또는 풍성하고 컬러풀한 옷 함께 입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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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 있는 니트 카디건과 스커트를 입고, 비슷한 컬러의 귀도리를 하면 동화에 나오는 소녀 같은 귀엽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사진 코드(CHOR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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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기도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니 결국 어떻게 연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올겨울 니트 귀도리 상품을 내놓은 패션브랜드 ‘어썸니즈’의 배주희 대표는 "폭신한 느낌이 나는 울이나 퍼 소재 코트와 함께 입을 것"을 제안했다. 따뜻해 보이는 귀도리의 이미지와 통일감을 주는 스타일링이다. 박만현 스타일리스트 역시 “따뜻한 느낌의 소재를 선택하되 큼직한 부피감이 있는 코트나 점퍼를 택하면 더 귀여워 보인다"며 "색상 또한 초록·오렌지처럼 화사한 톤을 고르면 발랄함이 산다”고 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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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한 니트와 복고풍 체크 재킷에 귀도리를 한 모델. [사진 어썸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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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장롱에서 꺼낸 것 같은 체크 코트나 데님 점퍼를 함께 입는 것도 잘 어울린다. 김윤미 스타일리스트는 “귀도리의 스타일링 포인트는 의외성”이라며 “자칫 고루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복고풍 의상에 귀도리를 착용하면 발랄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어썸니즈,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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