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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청와대 만찬주에 만족 않고, 정성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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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풍정사계’ 생산 (유)화양 이한상 대표

궁중서 쓰던 녹두누룩에 해찹쌀로 수작업…하루 50병 생산

소주는 2년까지 숙성해야…“주문 못 따라가지만 품질 우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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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풍정(楓井)리. 단풍나무 우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마을에서 전통주를 만드는 한 장인이 있다.

‘풍정사계’ 양조장을 운영하는 농업회사 법인 (유)화양의 이한상 대표(63)다.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풍정사계’ 양조장에서는 구수하면서도 시큼한 누룩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시골 주택을 개조해 만든 양조장 곳곳에는 술을 숙성하는 옹기가 쌓여 있었다. 지난해 11월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풍정사계 춘’이 생산된 곳이다.

“주문이 밀려 정신이 없네요.” 작업장에서 나온 이 대표가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이곳에서 ‘풍정사계 춘(약주)·하(과하주)·추(탁주)·동(증류식 소주)’ 등 모두 4종류의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 계절에 맞춰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풍정사계 춘’이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만찬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덤덤했었는데 갑자기 주문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는 이 대표는 “이틀 만에 1000병이 팔렸고, 덩달아 ‘하’ ‘추’ ‘동’에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술을 생산하는 데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누룩은 ‘향온곡’이라 불리는 녹두누룩을 사용한다. 궁중에서 술을 만들 때 사용한 전통누룩 중 하나다. 여기에 지역에서 생산된 햅쌀과 당해에 난 찹쌀만 사용해 수작업으로 전통주를 만든다. 생산기간도 길다. ‘춘’ ‘하’ ‘추’를 만드는 데는 100일, 증류식 소주인 ‘동’은 완성되기까지 2년이 넘는 숙성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아내와 둘이서 전통주를 만들기 때문에 많아야 하루에 50병 정도를 생산하는 것이 전부”라며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해 생산량보다는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전통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그는 10여년 동안 운영해 왔던 사진관을 정리하고 전통주 연구에 나섰다. 디지털 사진기가 보급되면서 사진관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전통주를 통해 아내와 인생 2막을 준비하기로 다짐한 것이다.부부는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통주를 공부했다. 2010년 고향인 풍정에 양조장을 차려 ‘홍삼법주’를 생산하던 중 누룩이 오염돼 2년을 쉬어야 했다. 그는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2012년 농업회사법인 (유)화양을 만들고 재기에 나섰다.

그리고 2015년 ‘풍정사계 춘’을 출시하면서 부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이 대표는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이 전통주에 관심을 계속 가져줬으면 한다”며 “전통주 소비가 계속 이어져 전통주 연구와 개발이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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