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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소형어선, ‘사고’에서 지키려 직접 블랙박스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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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태안 원이소 사회적협동조합

문성호 이사장 “작은 배는 늘 약자”

재작년 조합 출범 뒤 첫 사업



한겨레

문성호 원이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왼쪽)이 19일 태안 모항에 정박해 있던 진하호 조타실에서 국현도 선장과 어선용 블랙박스 ‘바다 아이’ 성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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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원이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어선용 블랙박스 ‘바다-아이’(BaDa-eye)를 만들었다. 이 블랙박스는 소금기와 방수 기능이 뛰어나고 전압이 불안정한 어선에서 사용하도록 최적화했다. 불빛이 없는 밤에는 흑백으로 자동 전환 되고, 항구 정박 때는 핸드폰으로도 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바다-아이’는 문 이사장이 2016년 사회적협동조합을 꾸리고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 벌인 첫 사업이다. 이 지역 선주와 맨손 어민 등 약 3천명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원이소는 충남 태안군 원북면·이원면·소원면을 일컫는다.

“사고 나봐유. 속 터져 죽어유. 그래서 만들었슈.” 문 이사장은 해상 사고가 실제로는 잦은데 대규모 충돌사고나 침몰, 유류유출 사고 정도만 알려질 뿐이라고 말했다. 해상사고는 원인·증거 등이 명확지 않으면 해난심판원에 의뢰해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큰 배라고 해봐야 9.77t인 어선들은 늘 약자 신세다. 또 부두에서는 정박 중에 선체가 부서지거나 어구 등을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사고를 낸 배 등을 몰라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문 이사장은 “일부 선주들이 배에 특수화물차량용 블랙박스를 설치하는데 소금기·바닷물에 장비가 버티지 못한다”며 “폐쇄회로카메라는 저장장치가 없어 기관 작동 여부와 선체 안팎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바다-아이’는 어민들의 의견을 듣고 성능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 끝에 탄생했다. 바다-아이를 설치한 국현도 진하호 선장은 “조타실 등 배 4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운행하면서 배 상태를 볼 수 있고 언제든 녹화 영상을 확인할 수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원이소 사회적협동조합(blog.daum.net/msh9193)은 앞으로 조합원 대상으로 그물 실명제를 시행해 폐그물을 가져오면 새 그물 구입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 어구로 발생하는 바닷속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또 서해의 어족자원이 줄어들어 어민 소득이 줄어드는 것에 대비해 간을 튼튼하게 하는 우럭, 당을 낮추는 굴 등 기능성 양식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2007년 서해 원유유출사고 당시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어민들의 억울함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원하는 사업을 해 이익을 모두와 나눌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사진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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