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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안 챙기면 손해"… 실업급여 부정수급 '꼼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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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퇴직 보너스’ 인식 / 올 지급상한액 상향… 대책 시급 / 실직자들 월 최대 180만원 받아… 자발적 퇴사자 ‘권고사직’ 처리도 / 지난해 3만3500여건 적발 급증… 지급액도 사상 첫 5조원 넘어서 /“안챙기는 사람이 바보” 인식 팽배

세계일보

“(실업급여를) 안 챙기는 사람이 바보 아닌가요?”

이직을 준비 중인 직장인 A(29)씨는 최근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직장 상사와의 거듭된 마찰로 스스로 퇴직을 결심한 것이지만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표면적으로 내걸 ‘비자발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모아둔 돈도 있고 이직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지만 적당한 이유만 만들면 54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A씨는 “다들 받는데 나만 안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어떻게든 타내는 게 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년 증가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부정수급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는 지급상한액이 큰 폭으로 높아져 부정수급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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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3조8819억원이었던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5조2425억원을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실업급여도 올라간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이끈 이유로 꼽힌다. 1995년 첫 도입 당시 1일 상한액 3만5000원이던 실업급여는 이후 4만원(2006∼14년), 4만3000원(2015∼16년)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5만원이었다. 올해는 역대 가장 큰 인상폭(20%)을 보이며 6만원이 지급된다. 이에 따라 실직자들은 한 달에 많게는 1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이 167만7000원임을 감안하면 제법 큰 돈이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실업급여 수급조건을 따지는 이유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 질문 게시판에 ‘실업급여 받는 법’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지난해 6월부터 이날까지 1000여건의 질문이 올라왔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한 ‘꼼수’와 불법도 횡행하고 있다.

자발적 퇴사자를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업급여는 권고사직이나 구조조정 등 비자발적 사유로 회사를 그만둘 경우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옛정’을 생각해 일반 퇴사를 권고사직으로 하는 것인데, 물론 불법이다. 서류를 조작해 멀쩡히 회사를 다니는 사원에게 급여와 함께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실업급여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회사와 근로자가 입만 맞추면 걸릴 게 없다는 배짱이다. 퇴직금을 지급할 사정이 안 되는 회사는 권고사직 처리해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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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2013년 2만1735건(부정수급액 117억원)이던 것이 2016년 2만9003건(308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만3553건(318억원)이나 적발됐다.

수년 전부터는 전국을 무대로 한 전문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세운 뒤 실제 근무했다가 퇴사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이 같은 ‘공모형 부정수급’ 적발은 2012년 661건에서 2016년 1663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10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올해 부정수급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는 위로금이나 고용보험료 납부의 대가가 아님에도 ‘당연히 받을 돈’ 등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어 죄의식 없이 부정수급에 손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오는 4월부터는 특별사법경찰관제가 시행될 예정인 만큼 부정수급을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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