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도로 통제, 서울역 노숙인까지 옮겨가며…현송월 국빈급 경호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예술단 공연 사전점검차 1박2일 방남…KTX로 강릉행

황영조 체육관서 7분만 머물러…강릉 아트센터로 기운 듯

가는 곳마다 취재경쟁…방남 소감 질문엔 옅은 미소만

경찰, 서울역 노숙인까지 이동시키며 상황 통제에 만전

중앙일보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21일 오전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서 강릉으로 향하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송월, 황영조 체육관·강릉아트센터 둘러봐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이 21일 방남해 강릉 황영조 기념 체육관과 강릉 아트센터를 둘러봤다. 평창 겨울 올림픽에 앞서 북한 예술단이 공연할 시설 확인 등을 위해서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남한 점검단은 강릉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실무접촉에서 남북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한 차례씩 공연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점검단은 오후 3시33분 황영조 체육관을 먼저 확인했다. 명륜고교 안에 있는 황영조 체육관은 관람석 1500석 규모다. 규모가 큰 공연장을 원하는 북측 조건에는 맞는다. 하지만 1998년 준공해 시설과 음향 등 장비가 낡았다고 한다. 애초에 공연을 위해 지어진 건물도 아니다. 현송월도 체육관에 들어간 지 불과 7분 만에 나왔다. 예술단 공연 문제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현송월이 속전속결로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준공된 강릉 아트센터 대공연장은 998석 규모다. 첨단시설을 갖춘 다목적 공연장으로, 뮤지컬과 오페라, 콘서트, 연극과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다. 현송월도 아트센터는 보다 꼼꼼하게 둘러봤다. 오후 3시50분 도착해 한 시간 이상 머물렀다. 객석과 조명 및 음향 시설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이들은 강릉에서 1박 뒤 22일 다시 K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해 후보지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남산 국립극장, 고척돔,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평창 올림픽이 임박하며 남북 선발대의 상호 파견 일정도 확정됐다.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에서 진행할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 관련 사전 점검을 위한 남측 선발대 12명은 23일부터 2박 3일 간 방북한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단장으로, 현지 시설 점검 등이 목적이다. 항공편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마식령 스키장 인근의 갈마비행장도 찾을 예정이다.

북한도 21일 통지문을 통해 윤용복체육성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선발대 8명을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숙소와 개·폐회식장, 경기장, 프레스센터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북한은 설명했다. 남측 선발대는 동해선 육로로, 북측 선발대는 서해 경의선 육로로 이동한다.

중앙일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1일 검은색 점퍼를 입은 요원들에 둘러싸인 채 강릉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예술단 사전점검단도 경의선 육로로 방남했다. 오전 8시57분 차량을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경의선 육로가 열린 것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22일 귀환 때도 같은 경로로 이동한다.

점검단은 오전 9시2분쯤 경기 파주의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15분 만에 출·입경 절차를 완료했다. 이어 대형버스 2대에 나눠 타고 경찰 순찰차와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오전 10시23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 광장에 내린 현송월은 경찰 등이 마련해둔 폴리스 라인을 따라 곧바로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10시50분 KTX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당국은 현장 상황 통제에 큰 신경을 썼다. 경찰은 서울역 일대에 9개 중대 720명을 배치했고, 사복 요원으로 보이는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현송월 일행을 경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역 광장에 머물던 노숙인들은 경찰 등의 요청에 따라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역 옛 역사 앞에 설치돼 있던 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도 점검단 도착 전에 모두 철거됐다.

점검단은 KTX 4071편 8호차에 올랐다. 8호차 전체는 객실 커튼이 내려진 채였다. 현송월은 창가 자리에 앉아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경찰은 6호차와 7호차 연결지점에서 취재진과 일반 승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들은 강릉역에 낮 12시46분 도착, 대기중이던 대형버스 2대에 올랐다. 현송월은 강릉 씨마크 호텔에서 코스 요리로 첫 오찬을 했다. 1박에 5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이었다. 메인 메뉴는 자연 송이를 곁들인 갈비찜으로 대관령 감자전, 초당두부 들깨탕 등이 함께 나왔다고 한다. 이어 현송월은 시설들을 둘러보기에 앞서 숙소인 골든튤립스카이베이경포호텔로 이동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지난 17일 개관한 고급 호텔이다.

현송월이 가는 곳마다 취재 경쟁이 뜨거웠고, 서울역과 강릉역에서 시민들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현송월 일행이 버스로 이동할 때는 앞뒤로 순찰차 여러 대가 붙는 등 국빈급 경호를 방불케 했다. 경찰은 이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도로 신호를 조정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현송월에게 수차례 방남 소감을 물었으나, 옅은 미소만 보였을 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 측 인사로 보이는 여성 2명이 현송월의 양쪽 바로 옆에서 내내 안내 역을 맡았다.

전수진·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