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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특파원+] 프레임 전쟁에 걸린 미국…'셧다운' 장기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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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국에서 20일(현지시간) 4년 3개월만에 연방정부의 일부 기능이 정지됐다. 전날 밤 상원에서 진행된 임시 예산안 표결에서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법안 통과에 실패했다.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에 10표가 부족했다. 이번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폐기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논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의 다카 보완 입법 요구에 백악관과 공화당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예산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셧다운 이후에도 당장은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연방정부 공무원 80만명은 일시 해고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국민 불편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조사기관별로 차이가 드러나지만 이번 셧다운에 대한 여론은 백악관과 여당인 공화당, 야당인 민주당에 모두 비판적이다. 여론은 백악관과 이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 불편을 감수했다는 시각에서다. 언론의 비판 속에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백악관·공화당과 민주당의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양당 관계자들은 방송을 포함한 언론매체의 인터뷰에 적극 응하면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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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의 회동에 대해 셧다운에 대해 ‘싯다운’ 대좌로 기대감을 표명했던 언론은 양측의 프레임 전쟁을 유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셧다운을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의 이름을 넣어 ‘슈머 다운’으로 명명하고 있다. 슈머 원내대표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수매체 폭스뉴스도 이런 프레임 설정을 적극 반영해 슈머 다운을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다.

수사(레토릭 )전쟁을 통한 여론전에 나선 공화당이 전면에 내세운 표현은 ‘불법이민자들’과 ‘미국인들의 안전’이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시급하지도 않은 불법이민자들의 신분 문제 때문에 (고의적인) 셧다운을 야기하며,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불법이민자의 신분에 대해서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불법이민자들을 위해서 정부를 폐쇄한 이유를 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다카 보완 입법 기한이 3월 5일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는데, 이를 예산안과 연계시켰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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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트럼프 다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혼란’이라고 규정했다.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문제삼았다. 그가 일부 진전된 약속을 내놓았다가 공화당 강경파가 반발하면 기존보다 더 좋지 않은 내용을 들이민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변덕심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는 것은 (말랑말랑한) 젤리와 협상하는 것과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화당의 주장대로 다카 문제와 연계하지 않고 단기예산안을 통과시켰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든지 변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민주당에서는 팽배했다. 그만큼 백악관과 민주당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하지 못한 입장은 공화당에서도 우려 대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슈머 원내대표와 회동하던 19일 오후 공화당 강경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백악관의 양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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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슈머 원내대표를 사이에 둔 프레임 전쟁은 한때 절친이었던 ‘뉴요커’ 2명의 싸움이기도 하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정계 입문 전 뉴욕 브롱스 출신인 슈머 원내대표에 거액의 정치헌금을 하는 등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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