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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군 장교 됐다고 기뻐하던 아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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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투비행단 소위, 부대 배치 나흘 만에 관사서 숨져

가족 "도대체 무슨 일이…이해 안 돼"…군 당국 부검해 사인 규명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사고 전날 밤에 전화 왔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그때 붙잡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되네요."

지난 19일 오전 A(58) 씨는 갑작스럽게 울린 휴대전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들인 B 소위가 관사에서 숨졌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충북 충주의 공군 전투비행단 장교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청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B 씨는 지난해 12월 임관했다.

그때 공군 장교가 됐다며 뛸 듯이 기뻐하던 아들 모습을 A 씨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랬던 아들이 왜 막다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A 씨는 곧바로 가족과 함께 부대로 향했다.

연합뉴스

B 소위가 지인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유족제공 = 연합뉴스]



아들은 그곳에서 차디찬 주검이 돼 아버지 등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온기가 가신 아들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다른 가족들도 오열했다.

B 소위는 기본 교육을 받고서 임관해 배치받은 부대가 집이 있는 청주와 가까워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흘 만에 숨졌는지 가족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나마 아들이 지인과 주고받았던 SNS 메시지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이다.

그의 SNS 메시지에는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

부대 행정계장 직책에 대한 압박감도 엿보인다.

"대대 행정계장이라 일이 너무 많고 어렵다", "일도 많고 어렵고 군기도 쌔고…", "일에 대해서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권한은 큰데" 등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있다.

아버지는 "한 달 정도를 배워야 하는 업무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던 것 같았다"며 "그러다 보니 상사로부터 지적과 질책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나기 전날 아들이 전화하더니 갑자기 길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할 때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때 아들에게 따뜻한 한마디라도 못했던 게 너무나 후회된다"고 울먹였다.

군 당국은 유족 동의를 받아 시신을 부검해 사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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