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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분석]'첫 발령 후 3년' 초등 임용 응시 제한·근본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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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 후 3년간 응시제한' 법안 최근 발의

시골 교사들의 탈시골 서울행 방지 정책

과거 '퇴직 후 응시 제한'했으나 위헌 판결

임용시험 합격자 중 현직교사 11.5%나 돼

교육부 "임용 3년 내 제한은 헌법에 부합"

"특별·광역시 인근 도 합쳐 광역 단위 임용"

중앙일보

시골학교에는 젊은 담임교사가 갑작스럽게 학교를 그만두고 대도시로 옮겨가는 일이 종종 있다. 서울 등 대도시 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후 발령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사표를 내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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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현직 교사의 경우 첫 발령 후 3년 이내에 임용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시골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임용시험을 다시 봐 대도시로 이전하는 이른바 ‘임용 탈출’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도농 학교들 간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험 응시 제한만으론 ‘임용 탈출’을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최근 초등학교 현직교사의 경우 첫 발령 후 3년 동안 임용고사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자인 노웅래 의원은 17일 “대도시는 임용시험 응시자가 넘쳐나지만 읍면지역 등 농산어촌은 교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직교사들이 임용시험을 다시 봐 대도시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직교사들의 ‘임용 탈출’은 중앙일보(2017년 8월23일자 12면)의 지적 이후 크게 이슈화 됐다. 이후 교육부와 국회 교문위는 ‘임용 탈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긴밀히 논의해 왔다. 특히 교육부는 이번 법안 발의에 앞서 임용시험 응시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폈다.

교육부는 법안 발의에 앞서 정부법무공단과 법무법인 강남 등 4개 로펌에 법률 검토를 맡겼다. 퇴직 후 1년간 응시를 제한하는 방안(1안)과 임용 후 3년 이내 응시 제한하는 방안(2안) 등에 대해서였다. 검토 결과 1안에 대해선 1곳만 합헌 입장을 표명했고 2안에 대해선 3곳이 합헌 의사를 밝혔다.

1안의 경우 “퇴직 교원에 대해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건 한시적이라 해도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2안은 “임용 3년이 지난 후엔 응시 기회가 주어지므로 침해 범위가 적고 응시 제한의 목적이 사회공익에 부합하므로 합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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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서울지역의 초등 임용고사 선발 인원이 대폭 감소한 것에 항의하며 서울지역 교대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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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응시제한 대상을 초등학교 교사로 한정한 것은 중고교 교사의 경우 경쟁률이 워낙 높아 ‘임용 탈출’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노웅래 의원은 “초등 교사는 지역별로 설립된 교대에 한정해 양성되고 교대 설립 목적 자체에 지역 교육 발전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용시험을 다시 봐 대도시로 옮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로 인해 학생과 학교가 입는 피해는 매우 크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장 A씨는 2015년 5월 3학년 담임이 갑자기 사표를 내 당황스러웠다. 새 학년이 시작한지 석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다. 사직 이유를 들어보니 직전 해 11월 서울지역 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갑자기 서울로 발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A교장은 “시골에선 합격 사실을 숨기고 가만있다 발령 직후 학교를 떠나버리는 교사들이 종종 있다”며 “갑작스런 ‘담임 증발’로 농어촌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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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교육부가 최근 5년간(2013~2017년) 임용된 지 5년 이내에 학교를 그만 둔 교사 숫자를 집계해 보니 절대 다수가 농산어촌 지역에 몰려 있었다. 지난 5년간 총 2532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를 그만뒀는데 이중 95.1%가 8개시도 지역 출신이었다.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세종 등 8개 특별·광역시 지역은 4.9%에 불과했다. 이 자료를 공개한 노웅래 의원은 “직업 선택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학생들이 피해를 보면서까지 이런 현상이 계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용고사 합격자 중 현직 교사의 비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전체 6152명의 임용고사 합격자 중 현직 교사는 472명(7.7%)이었는데, 2016년엔 전체 합격자(4854명) 중 556명(11.5%)가 현직 교사였다.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장은 “세종시만 해도 인근의 충남 지역에서 교사를 하다 그만두고 임용고사를 다시 봐서 온 교사가 학교당 한두 명씩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강원·충북·충남·전남·경북 5개 지역은 2014~2016년 3년 동안 임용시험 응시 인원이 미달이었다. 2017년엔 선발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미달은 면했지만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의 격차는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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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년 간 응시 제한’만으론 ‘임용 탈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시골 근무 교사들의 처우를 전폭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건영 청주교대 총장은 “농어촌 교사의 근무 여건과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벽지에 근무하는 교사에겐 승진 가산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자 세종시 늘봄초 교장도 “현재도 벽지 수당이 있긴 하나 매달 몇 만원밖에 안 돼 실질적 보상이 안 된다. 벽지 수당을 대폭 올려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광역시, 그리고 인접한 도(道)를 하나로 묶어 광역 단위로 교사를 선발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박남기 전 총장은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충북-세종 등 인접 지역을 묶은 '광역별 순환근무'를 제시했다. 그는 “서울·경기보다 규모가 작은 15개 교육청은 권역별로 묶어 교사를 임용하고 관리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며 “일정 기간 읍면 단위 근무를 의무화 하면 농어촌 지역의 교사 수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장 역시 "교육청간 경계를 허물고 3~5년씩 읍면 단위 근무를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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