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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150억 들어가면 뭐해요…공무원도 안 지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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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식 미세먼지 정책에 여기저기서 잡음

-민원인들 불만 속출…관공서 시행률 ‘바닥’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서울의 한 관공서 앞. ‘만차’ 입간판이 놓여진 입구 뒤로 수많은 민원인 차량이 줄을 섰다. 정부 차원의 미세먼지 저감조치 시행으로, 관공서에 들어오는 민원인 차량에도 ‘형식적인 2부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원칙은 민원인 차량도 2부제를 지키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하게. 하지만 바쁜 민원인들의 사정을 고려해 안내 후 진입을 유도했다.

관공서 앞에서 만난 자영업자 한모(42) 씨는 “공무원들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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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날 버스에 올라타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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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행한 비상저감조치 정책(초 미세먼지 농도 오후 4시까지 ‘나쁨’이 예상될 경우 발동)은 관공서 차량 2부제(1월 셋째주 기준 홀수일은 뒷자리 짝수번, 짝수일 기준 뒷자리 홀수번)와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정책 등이다. 15, 17~18일 서울시 대중교통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출근길 무료정책에는 시민혈세 150억원이 투자되기도 했다.

지난 18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차원의 이번 미세먼지 대처 방안이 효과가 미비했다고 비판했다. “바쁜데 왜 사람을 잡냐”, “제대로 홍보가 안됐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너무 급작스런 상황에 미세먼지 관련 대책이 시행됐고 여기에 시민들이 몰랐을 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상황을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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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8일 한 경찰서 민원인 주차구역에 놓인 홀수번호 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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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에 차량을 끌고나온 주부 지모(47ㆍ여) 씨는 “정책의 방향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차를 이렇게 통과시키지 않으면 도로가 마비되지 않냐”고 말했다. 실제 이날 관공서 앞 가장자리 차선은 관공서에 진입하기 위해 대기하는 차량으로 가득찼다. 지하철에서 만난 직장인 차모(31) 씨는 “나는 싸게 타서 좋긴 한데, 효과는 미비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군포에 사는 직장인 안모(44) 씨는 “대중교통 무료라고 해서 차를 안가지고 나왔는데 막상 경기권 노선은 적용이 안됐다”며 “이렇게 되면 정책이 소용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효과는 미비했다. 대중교통 무료정책이 시행된 3일간 도로 교통량은 전주대비 각각 15일 1.8%, 17일 1.7%, 18일 2.4%만 감소했다. 지하철 승객은 3일간 각각 3.0%에서 4.4%, 4.8%로 다소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무원들의 그릇된 차량관리 정책 시행도 빈축의 대상이 됐다.

정책이 시행됐던 18일 서울 마포경찰서 주차장 입구에는 홀수 번호 직원차량을 지하주차장으로 안내하는 문구가 붙었다.

이날 오후 4시 50분 기준으로 지하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량 21대 가운데 절반이 홀수차량이었다. 지상 주차장에도 차량 40여 대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이중 15대가 홀수 차량이었다.

서대문경찰서도 같은날 오후 4시께 주차돼 있던 경찰차 제외 차량 15대 중 9대가 홀수였다. 한 정문근무자는 2부제 시행을 묻자 되레 “그게 뭐냐”면서 “2부제 시행과 관련해 별도로 차량을 제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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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경찰서 지하주차장 입구에 놓인 입간판.


마구잡이식 2부제는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의 주요원인인 대형화물차 규제가 필요한데, 이보단 마구잡이식 미세먼지 규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정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국내요인에는 대형화물차 비중이 7%로 가장 크다”면서 “경유 승용차의 미세먼지 발생 기여율은 0.8%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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