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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휠체어 전용공간인 줄 몰랐어요" 지하철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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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속 발 묶인 교통약자들… 지하철 휠체어 사용자 전용공간, 기대어 있는 시민들로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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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아침, 서울지하철 7호선. 휠체어사용자 전용공간에 시민들이 기대어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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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사용자 전용공간이 따로 있는 줄 몰랐어요."

"비켜 달라고 하면 안 비켜주시는 분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그걸 매번 말해야 한다는 게 좀 그렇긴 해요."



2006년 연초 도입된 지하철 전동차 내 '휠체어 사용자 전용공간'. 무려 13년 전인 2006년 1월, 장애인·노약자·임산부·어린이 등을 위한 '교통 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각 전동차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이 2곳 이상씩 설치됐지만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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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의 '장애인 휠체어 전용공간.' 초록색 바탕으로 눈에 띄게 안내문구가 써져있다. /사진=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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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지하철을 돌며 휠체어·전동휠체어 공간과 이용자들의 의견을 살펴본 결과 교통 약자를 위한 전용공간에 대한 배려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휠체어사용자 전용공간은 한 전동차에 최소 2개 이상씩 설치돼있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휠체어나 전동휠체어가 이 곳에 정차해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주로 노약자석 맞은 편에 설치되며, 휠체어가 움직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휠체어 고정 벨트함'이 있다.안내 문구는 초록색 스티커에 적혀있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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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의 관련 홍보영상. /사진제공=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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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설치 의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시민들이 기대어 쉬는 '제 2의 좌석'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지난 10~11일 이틀 동안 서울과 부산 지하철의 휠체어 사용자 전용공간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전용공간에는 시민들이 기대어 걸터 앉아 있어 장애인이 선뜻 그 공간에 휠체어를 정차하기 어려웠다.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독서 중이거나 휴대폰으로 메신저를 이용하는 중이었다. 출퇴근 시간처럼 붐비는 시간대는 물론이고,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간대에 좌석이 남아있어도 기대어 있는 시민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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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부산지하철 1호선. 한 시민이 휠체어사용자 전용공간에 기대어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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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1시쯤 부산 지하철 1호선 휠체어사용자 공간에 기대어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던 박모씨(27)는 "이 공간이 휠체어사용자 전용 공간인 줄 몰랐다"면서 "그런 게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그냥 서있고 싶은데 기대고 싶어 이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공간을 이미 쓰고 있어 휠체어 등을 둘 곳이 없거나 의도치 않게 휠체어로 길목을 막게 되는 데 대해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휠체어 전용 공간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별히 비켜달라고 요구하면 대다수 시민은 비켜주지만, 일일히 말해야해서 불편한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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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전동 휠체어. /사진=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애인인권운동가는 "출퇴근 시간 같은 경우에는 지하철의 모든 공간이 붐비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저 공간을 비워두기 쉽지 않다"면서도 "노약자좌석에 대해 '저 좌석은 비워둬야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겼듯, 휠체어공간에 대해서도 그러한 인식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통약자법 제 3조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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