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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월드+] 돈은 남자가 벌고, 관리는 여자가…중국여성의 지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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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주방서 요리하고 여성이 손님 맞는 중국

세계일보

중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높을까? 중국 남성들이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이번달 월급 카드가 부인 손에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돈이 지출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많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중국 여성이 ‘남성우위 사회’의 억압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여성의 한계가 존재하고 현실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에 외국인이 보는 중국 여성의 지위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던 외국인들을 상대로 “중국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로 다른 체제와 문화 배경을 가진 외국인들은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으면서 중국 여성의 지위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다.

◆중국 여성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강(强)하고 자신(自信)있고

인터뷰에 응한 한국인 커플인 송모(여)씨와 남자친구인 황모씨는 중국 여성의 특징을 ‘강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라는 두 단어로 표현했다. 송씨는 중국여성을 한국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자기 주장이 강하고, 성격이 활발하면서 사회활동 참여에 대한 의욕이 강하다”고 했다. 남성에게 순종적이지 않고, 늘 자신만만하다는 것이다.

“학교 생활을 예로 들어 볼께요. 중국 여학생들은 토론 수업에 적극적이고, 자신의 관점을 큰 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남성과 함께 일을 할 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유롭습니다.” 송씨는 반면 “한국여성은 다소 내향적이고,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못하다”며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개성있는 생각을 말할 때 주변인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포도주 사업을 하는 프랑스인인 팅도 자신이 중국에 처음 왔을 때 가졌던 중국 여성에 대한 인상에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중국 여성에 대해 양극단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한 쪽은 돈은 많고, 할 일은 없는 부인으로 외제차를 몰고 해외로 나가 돈을 물쓰듯 쓰는 부류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며 온갓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그런 부류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팅은 “내가 와서 본 중국 여성은 모두 열심히 일했고, 나와 함께 거래를 하는 중국 여성 모두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현대의 중국 여성은 한 마디로 ‘투사’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동 정법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한 폴란드 여성 변호사는 “중국에 오기 전에는 작고, 섬세하고 약한 여성상을 생각했지만 실제로 와서 보니 최신 스타일의 옷을 입고, 행동과 말이 거의 서양 여성과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중국 여성 정치인으로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을 탄생시킨 쑨원의 부인 송경령(宋庆龄·왼쪽부터),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華春瑩), 하얼빈쌍잉그룹을 창업한 흑룡강성 출신의 중국 여성기업가 류인샤(劉迎霞), 중국 유명 여배우 판빙빙(范冰冰). 바이두 캡처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밥하는 것”

인터뷰에 응한 외국인들은 모두 “많은 중국 가정에서 남성들이 밥을 하는 모습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송씨는 “중국에 와 있는 몇 년 동안 많은 중국 가정을 방문했는데, 거의 매번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남성이 집에서 밥을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손님이 왔을 때는 여성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 온지 4년된 한 프랑스인 여성도 “중국과 프랑스간에는 재미있는 문화적 충돌 현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중국 소녀들은 일반적으로 온화하고 애교가 많지만, 40세 중년 이상이 되면서부터 가정에 통제권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방문한 중국 가정들을 예로 들면서 “중국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일반적인 대화 주도권은 여성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권한이 더 강하고, 아이들에게도 더 엄격하다”며 “그러나 중국에서는 남성이 돈을 많이 벌지만 여성이 이를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정말 성차별이 없을까?...모순의 현실

인터뷰에 응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중국 도시에서의 성적 평등은 나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여성에게 충분히 일자리 기회도 공평하고, 직장에서 남성들을 지휘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성이 돈을 관리하고, 직장에서 지시를 하는 여성이 많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성적 불평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터뷰에 응한 한 프랑스인 남성은 중국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상당한 모순적인 화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는 여성이 돈을 관리하고 표면적인 권한이 훨씬 많고 남성이 말을 잘 듣는다 하더라도, 그것도 일종의 남녀 불평등이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에서는 기본적으로 더치페이가 기본이고, 여성들은 남성이 선물을 사주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그러한 남성들의 태도가 일반적으로 여성을 경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뷰에 응한 적지 않은 외국인들은 “중국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하고 지위가 비교적 높은 것은 맞지만,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남성이 여성들보다 지위가 놓고, 구직 시장에서도 여성 취업률이 높지만 고위직은 남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회사에서 고용과 승진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을 통해 여성을 떨어뜨리려는 경향도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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