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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밤 일방 취소후 입닫은 北…하염없이 답변 기다리는 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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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방문 의사 표시 후 취소…북한은 침묵

2007년 남북 정상회담도 8월에서 10월로 연기

통지문엔 "수해 때문"이라고 이유 설명

중앙일보

2018년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은회색 양복 깃에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 노동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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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단순 변심인가, 교란 작전인가. 북한이 19일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남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취소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남측을 방문하겠다는 통지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적어도 재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북한이 19일 아무런 조짐이 없다가 밤 10시에 갑자기 통지문을 보내면서 아무런 사유를 밝히지 않은 것도 김정은의 변심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게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인적교류인데다, 남측에서 관심이 큰 현송월이라는 인물에 대한 주목도에 김정은이 부담을 느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19일 아침에 속도를 내서 빨리 보내라고 했다가 남측 언론이나 국민들의 반응을 보고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현송월이 옛 애인이라는 가십성 얘기들이 나오면서 자신의 권위가 훼손될 지 모른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송월에 대한 그러한 추측이 나온 건 남에서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탈북자인 안찬일 세계북한센터 소장은 “북한의 대남부서에서 김정은의 ‘심기 경호’를 하겠다며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가 어제 처음으로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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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관현악단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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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전략적으로 남측 사회를 교란하기 위해 현송월을 내세웠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찬일 소장은 “현송월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김정은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보인 것”이라며 “북한이 사전점검단 방문 날짜를 20일로 지정한 것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20일 남북 대표자들을 소집해 여는 회의를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 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 역사에서 북한의 변심은 새롭진 않다. 지난 2007년 남북 최고 지도자 간의 만남인 정상회담을 두고도 북한은 날짜를 바꿨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28~30일 평양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북한은 18일 통지문을 보내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엔 수해 복구라는 납득 가능한 이유를 들었고, 통지문도 열흘 전에 보냈다. 약속 취소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갖추려고 한 흔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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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북한은 당초 8월로 예정됐던 회담을 10월로 연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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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모든 게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이뤄졌다. 20일 오후까지 북한은 취소사유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까지 나서서 “사유를 밝혀줄 것을 북측에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통일부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주말에도 북측의 사유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판문점 연락관은 주말에는 근무하지 않지만 이번 20~21일 주말엔 정상 근무 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9~4시까지 정상근무 후에도 계속 연장 근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20일 방남 취소를 두고 통일부는 “북한은 사전점검단 방문 ‘중지’라는 표현을 썼으며, 방문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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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주말인 20~21일에도 판문점 연락채널을 정상가동하며 북측의 사유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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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19일 별도로 보낸 23~25일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 사전 행사 준비 선발대의 방북에 대해서도 북한은 회신을 보내오지 않은 상태다.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지난 15일 별도 남북 실무접촉에서 파견까지만 합의됐고 방남 날짜는 정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 선발대는 지난 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날짜까지 적시해 선발대 파견을 합의한 상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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