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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주의 장바구니]돌아온 제철 숭어 “쫄깃한 맛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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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속담 넘쳐나는 우리네 오랜 먹거리

서민 먹거리지만 임금 수라상에도 올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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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

속담 속 극과 극의 평가를 가진 숭어. <이주의 장바구니>란 코너를 연재키로 한 뒤 첫 제철 음식으로 숭어를 골라봤다. 지난 주말 경남 남해군 산지 직송으로 포 뜬 숭어 세 마리를 주문했다. 두 마리는 회를 뜨고, 한 마리는 매운탕을 끓였다. 비싼 대방어, 대게를 먹어볼까 고민했으나 결국 숭어를 택했다. 전국적으로 흔히 잡힌다는 이유로 저평가되는 녀석이지만 늦겨울부터 봄(2~6월)까지제철 숭어의 쫄깃한 식감은 그 어느 고급 회 못지 않다. 또 다른 ‘서민 회’ 광어, 도다리와는 또 다른 맛이다. 게다가 저렴하다. 1㎏ 조금 넘는 비교적 큰 녀석을 마리당 8000원 샀다. 손질비 3000원을 보탰다. 식당에 가도 보통 1㎏에 1만원대 초반에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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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학명 mugil cephalus)는 우리나라 연안 곳곳에서 흔히 잡힌다. 그만큼 별명도 많다. 요새도 흔히 보리숭어, 개숭어로 부른다. 조선시대 때부터 기록도 전해진다. 조선 말기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에선 ‘치어’라 부르며 ‘맛이 좋아 물고기 중 제일이다’라고 했다. 서민들이 즐겨 먹었으나 고급 술안주, 약재로도 쓰였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른 기록이 있다. 빼어나다는 뜻으로 수어(秀魚)로 불리기도 했다. 동의보감에선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린다.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에 가깝다’고 했다. 중국 삼국지에도 등장한다. 오나라의 기인 개상이 왕 손권에게 회 중에 숭어의 맛이 제일이라고 했다. 참고로 이름이 비슷한 ‘송어’는 전혀 다른 완전한 민물고기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랜 기간 슈베르트의 교향곡 ‘송어’가 ‘숭어’로 잘못 번역돼 온 탓에 여전히 헷갈리는 사람이 있다.

과연 힘이 좋고 식감이 쫄깃했다. 풍부하고도 감칠 맛이 난다. 숭어는 수면 위로 1m씩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근육질’이다. 단백질이 평균 22%로 아주 풍부한 편이다. 지방은 1.2%밖에 안 된다. 비타민 B1, B2와 니아신이 많다고 한다. 주로 연안에서 서식하지만 먼바다에서 강 하류를 오간다. 늦가을에 깊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봄께 강 하류로 들어와 10월께까지 지낸다. 이 시기엔 한강이나 낙동강에서도 잡히기도 한다. 여름 숭어가 맛이 없다는 건 민물을 거슬러올라올 때의 뻘 냄새 때문이리라. 회 뜨고 남은 뼈로 매운탕을 잘 안 끓여먹는 것도 내장 속 흙냄새 때문이라고 한다. 내장만 손질하면 매운탕으로도 두툼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껍질이 엘라스틴과 콜라겐으로 돼 있어 피부 미용에도 좋다는 평가다.

숭어는 그냥 숭어와 가숭어(학명 Chelon haematocheilus)로 나뉜다. 이번에 먹은 건 그냥 숭어이지만 가숭어가 좀 더 고급으로 쳐 준다고 한다. 보통 숭어는 평균 70㎝인데 가숭어는 1m 가량으로 약간 크다. 눈 테두리가 흰 것이 숭어, 노란 게 가숭어로도 구분할 수 있다. 가숭어에서 가는 가짜(假)란 뜻이 아닌 순우리말이다. 그냥 숭어를 보리숭어, 개숭어라고도 부르듯, 가숭어는 밀치, 참숭어라고도 한다. 숭어요리 중에서도 특히 일품으로 쳐 주는 요리가 있다고 한다. 어란(魚卵)이다. 알로 만든다. 염장과 압축, 건조를 반복해 만든다고 한다. 다음 기회에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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