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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과연 삼성·LG는 세탁기를 ‘덤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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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 삼성·LG 세탁기

美 반덤핑 관세 물렸지만…WTO선 패소하기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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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에 국내 산업계가 술렁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의 세탁기 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발동 여부와 수위 결정을 앞두고 있어서다. 최종 결정 시한은 다음달 2일(현지시간)이다.

다만 꼼꼼히 뜯어보면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모두 덤핑으로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평균판매가격, 삼성·LG>월풀

덤핑은 수출국이 국내 판매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과장하자면, 국내에서 1000원에 팔던 물건을 미국에서 500원에 ‘가격 후려치기’로 판매했다는 얘기다.

정작 미국에서 팔리는 삼성·LG전자 세탁기 평균판매가격은 월풀보다 더 높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가정용 세탁기 평균판매가격은 3분기 기준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694달러, 663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월풀의 평균판매가격은 547달러에 그쳤다. 이는 ‘통돌이’로 불리는 전자동 세탁기와 드럼 세탁기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같은 이유로는 삼성·LG전자 모두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LG전자는 듀얼세탁기의 원조격인 ‘트롬 트윈워시’ 등이, 삼성전자는 ‘애드워시’ ‘플렉스워시’ 등이 각각 잘 팔린다. 이들 모두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이다.

최근 송대현 LG전자 H&A(생활가전)사업본부장(사장)이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있어 덤핑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美 반덤핑 관세 물렸다가 보복 조치 앞둬

더욱이 미국은 여러 차례 월풀의 제소 등으로 삼성·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상대로 반덤핑 관세를 매겼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선 결국 패하곤 했다. 가장 최근 우리 정부가 미국에 보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앞서 2013년 2월 미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반덤핑·상계 관세를 각각 9.29%, 13.02% 부과했다. 미국은 당시 덤핑 가격을 산출할 때 ‘제로잉’(zeroing)을 적용했다. 제로잉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만 합산하고 이와 반대의 경우엔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 마진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이에 WTO는 2016년 제로잉 적용을 금지한 반덤핑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했고 결국 우리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미국이 WTO 판정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라 정부는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추정되는 피해 규모인 7억1100만달러를 미국산 상품에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가늠해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일정 수준을 넘는 수입 물량에 관세 50%(첫해 기준)를 부과하는 권고안을 내놓긴 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안일 뿐이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함께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하는 등으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2주 안에 나올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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