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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부동산 Eye] 아파트 ‘똘똘한 한 채’, 정말로 돈 버는 비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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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서초 송파, 새해 이후 기록적인 집값 상승세…강남 아파트 없어서 못 판다? 다주택자 투기수요 억제의 역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동산 Eye’는 부동산을 둘러싼 흥미로운 내용을 살펴보고 정부 정책의 흐름이나 시장 움직임을 분석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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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부동산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다. 미래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주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게 현재의 어수선한 부동산시장 상황을 돌파할 해법이라는 얘기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을 살펴보려면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부터 진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에 거대한 그물망을 펼쳤다. 다주택자 투기수요를 잠재우려는 목적이다. 정부 입장에서 당연한 대응이지만 부동산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똘똘한 한 채 전략도 정부 정책의 빈틈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새해 들어 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는 4월1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제 중과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집값의 안정화 움직임이 나타나야 한다.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자 4월 이전에 집을 내놓거나 임대사업자로 대거 등록해 정부의 관리하에 들어오는 방법을 선택할 경우 정부 전략은 적중할 수 있다.

아직 4월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중간 점검을 해본다면 정부 전략은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말 그대로 ‘미친 집값’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제재 수단을 내놓을수록 집값이 더욱 상승하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4주차 전국 아파트 주간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4%로 나타났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로 볼 수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반적으로 앉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나 전문가 누구도 시장이 안정됐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전국 평균 수치의 착시현상에 매몰될 경우 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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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주차 서울 지역 주간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제공=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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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전국 평균보다 한참 높은 0.39%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0.95%에 이른다. 꾸준히 큰 폭의 집값 오름세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강남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송파구는 1월 2주차에 1.10%의 매매가격지수 변동률로 기록을 세웠는데 1월 3주차는 1.39%로 기록을 경신했다. 강남구도 0.70%에서 0.75%로 증가했고, 서초구는 0.26%에서 0.81%로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자 집값이 더욱 상승한 셈이다.

부동산시장 흐름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강남의 기록적인 집값 상승을 애써 외면한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정밀 대책을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허점이 있기에 강남 집값이 요동친다고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똘똘한 집 한 채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대책을 통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이것이 강남 집값 상승세를 떠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에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는 것보다 강남 등 유망 지역에 괜찮은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너도 나도 강남권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강남 인근 지역으로 이른 흐름은 확산하고 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물론이고 옆 동네 강동구와 강 건너인 성동구 광진구 용산구 동작구 등이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성동구는 0.59%, 광진구는 0.49%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 북쪽인 도봉구는 0.05%, 노원구는 0.06% 등으로 서울 내에서도 격차가 컸다.

그렇다면 강남의 똘똘한 집 한 채를 보유하면 정말로 돈을 버는 지름길일까. 정부 정책의 큰 그림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가설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1주택자를 향해 세 부담을 강화할 경우 조세저항을 자극해 정부정책은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 투기수요를 잡겠다고 하더니 집 한 채를 지닌 이들을 겨냥하느냐는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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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는 수요자들.


문제는 똘똘한 집 한 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아무나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가장 비싼 매매가격을 기록한 물건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 아파트 한 채가 18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는 1978년에 건축한 노후 주택이다. 40년 된 노후 아파트를, 전용면적도 작은 아파트를 18억원을 주고 산 이유는 무엇일까. 재건축 기대감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낡고 좁은 아파트를 사는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다. 18억원을 투자하더라도 나중에 재건축이 진행되고 나면 훨씬 높은 이익을 얻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집주인들은 부동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집을 구하려는 이들은 새 물건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정책을 피하갈 수 있는 데다 미래의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물건이니 귀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직장인이나 20~30대 젊은이들은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월급을 모아 18억원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일부 대출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당한 금액의 종잣돈을 마련해야 똘똘한 한 채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똘똘한 한 채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문제를 풀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정부가 안이한 인식을 보이거나 엉뚱한 해법을 마련한다면 ‘흙수저 세대’의 상실감만 자극할 수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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