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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낮 11시 "현송월 보낸다" 일방 통보… 밤 10시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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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연장 점검단 7명… 1박2일 방문계획 돌연 취소]

우리측, 마식령 훈련·금강산 행사 선발대 12명 보내겠다 통보했는데…

北, 한밤에 현송월 방문 취소 통지… 협상 우위 위한 南길들이기 해석도

조선일보

북한이 19일 현송월〈사진〉 삼지연관현악단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전 점검단(총 7명)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내려보내겠다고 했다가 한밤에 뒤집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북측으로부터 현송월 등 사전점검단을 파견했다는 통보를 받았고 한 시간 뒤쯤 이 사실을 공개했다. 북측은 현송월이 평양~개성~도라산~파주로 이어지는 경의선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방남(訪南) 루트도 지정했다. 또한 이날 오후 늦게 통일부는 북측에 점검단 파견 제안을 수락한다고 통보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금강산 합동문화 행사 준비를 위한 우리 선발대를 23일 동해선 육로를 따라 보내겠다는 뜻도 북측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날 밤 10시쯤 북측은 갑작스럽게 현송월을 비롯한 사전 점검단 파견을 중지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통일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중지'가 '취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일단 주말에도 연락관들이 정상근무를 하기 때문에 추가로 관련 상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남북 대화 중에 변덕을 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9월 이산가족 상봉 및 금강산 관광재개 회담이 추진될 때도 회담을 사흘 앞두고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2015년 5월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을 허가했다가 하루 전에 취소했다. 2015년 12월 현송월이 모란봉 악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에 갔다가 중국 측이 공연 내용을 문제삼자 공연 시작 4시간 전에 전격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북한이 현송월 파견을 중단한 것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정대로 현송월이 내려왔으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남한을 방문하는 첫 북측 인사가 됐을 것이다. 지난 15일 실무접촉에서 차석대표로 참여했던 현송월은 남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북측 수석대표가 그의 눈치를 보는 등 현송월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았다. 현송월이 들고 나온 핸드백을 두고 남한에서는 '명품백' 논란이 일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사적 인연(因緣)이 언론에 거론되기도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도 현송월에 대한 남한의 관심을 잘 알고 현송월을 통해 김정은 체제 선전전을 펼칠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자칫 최고존엄인 김정은과의 관계가 부각될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했다. 현송월 파견 소식에 이미 일부 방송사는 현송월 취재에 헬기를 동원한다는 계획을 잡는 상황이었다. 또한 남한의 20~30대를 중심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의식해 협상에서 남측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현송월 일행은 1박2일간 남한에 머물면서 서울과 강릉의 공연장 설비와 무대 조건들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앞서 남북은 140명 규모의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두 차례 공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울에서는 구로구 고척 돔과 서초구 예술의전당, 중구 해오름극장이, 강릉에서는 강릉아트센터가 공연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김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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